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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미국·중남미

졌다는 말 차마 못하겠고 전쟁도 빨리 끝내고 싶고

등록 2009-12-06 21:14

뉴욕타임즈, 오바마 ‘증파 뒤 철군’ 결정과정 조명
지난달 초, 아프간 전략 검토 8차 회의를 위해 백악관 상황실로 들어서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표정은 굳어있었다. 앨링턴 국립묘지에서 아프간 전사자들의 묘비들을 보고 돌아온 참이었다. 앞서 오바마는 워싱턴 육군병원의 부상 장병들을 위문하는 자리에서 “앞으로 또다른 8년 동안 이 병원을 찾고 싶진 않다”는 말로 종전 의지를 내비쳤다.

오바마는 지난 1일 아프간에 6개월내 3만명을 급속 투입하고 18개월 뒤부턴 철군을 시작한다는 새 아프간 전략을 발표했다. 3개월에 걸친 집중검토 끝에 나온 결론이었다. 증파 첫 해에만 300억 달러(34조5000억원)의 추가예산이 들어간다는 것은 제쳐두고라도, 전쟁을 끝내기 위해 병력을 증파하는 것은 자기모순이자 어정쩡한 타협이라는 비판이 잇따랐다. 이와 관련해 <뉴욕타임스>가 5일 오바마가 ‘증파 뒤 철군’ 결론을 내리게 된 과정을 조명해 눈길을 끈다.

오바마는 지난달 26일 추수감사절 연휴 이후 아프간 전략 발표까지 닷새 동안에만 11시간을 아프간전략 검토에 쏟아부었다. 백악관 참모들은 오바마가 아프간전 8년 동안의 사망자 수에 사로잡혀 있었다고 전했다. 건강보험 개혁에만 향후 10년간 1조 달러가 들어갈 것이란 보고도 심사를 어지럽혔다. 오바마는 군 지도부가 슬라이드 상영으로 제시한 ‘증파 이후 철군’이라는 종(bell) 모양의 시기별 파병 규모 그래픽을 보면서, “그래프를 왼쪽으로 옮겼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조기 증파, 조기철군’을 뜻했다.

오바마는 모두 10차례에 걸친 국가안보회의(NSC)에서 30여개의 정보보고서를 제출한 전문가들과 수천쪽의 문건을 준비한 국방부 참모들에게 끊임없이 질문하고 추가정보를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로 다른 목소리들을 면전에서 논쟁에 부쳤다. 토론은 학계의 이론검토 논쟁을 방불케 했고, 오바마의 최측근인 데이비드 액설로드 선임고문차 불과 한 주일 전까지도 오바마의 의중을 몰랐을 정도였다.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은 지난달 한 인터뷰에서 “오바마 대통령은 모든 옵션을 환영했고 상반된 관점들을 유도했다”고 말했다.

부처간의 경쟁과 견제도 팽팽했다. 지난 9월초 스탠리 매크리스털 아프간 미군 사령관의 보고서 내용이 바깥에 알려진 것을 두고, 백악관은 군부가 백악관에 증파를 압박하기 위해 바깥에 흘렸다고 의심한 반면, 군부와 국무부는 백악관이 파병 규모를 줄이기 위해 그랬다고 의심했다. 오바마는 정보 누출에 발끈하면서도, 정부 내에서의 공공연한 충돌을 거의 제지하지 않았다. 매크리스털 보고서 누출 사건 이후 백악관과 군부의 갈등은 위험수위까지 치달은 것은 조지 부시 전임 정부 달리 군부에 고분고분하지 않으려는 오바마 대통령과 군부의 불편한 관계를 보여주는 한 에피소드일 뿐이다.

오바마의 새 아프간 전략이 ‘증파’보다 ‘철군’에 방점이 찍혀 있는 것은 분명해보인다. 문제는 실현가능성이다. <뉴욕타임스>는 “3개월에 걸친 아프간전략 검토는 오바마 정부의 정책결정 방식의 사례연구 대상”이라며 “이번 결정은 오바마의 생각이 복잡하게 전개돼가는 과정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매크리스털 사령관의 4만명 증파 요구엔 회의적이었지만, 아프간전 실패의 파장을 알게 될수록 미국의 아프간 임무를 한정하면서 최종목표 달성을 위한 일시적 군사력 급증이라는 자신의 신념을 굳혀갔다는 것이다. 오바마는 1일 대국민연설에서 아프간이 제2의 베트남이 아니라는 점을 애써 강조했다. ‘오바마의 전쟁’이 앞으로 어떤 양상으로 전개될 지 주목된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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