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이 1일 저녁 (현지시각) 웨스트포인트 육군사관학교에서 행한 취임 후 첫 대국민연설에서 3만명의 추가파병과 18개월 뒤 철군 등으로 구체화된 새로운 아프간 전략을 밝히고 있다. 웨스트포인트(뉴욕주)/AFP 연합뉴스
[오바마의 새 아프간 전략]
전쟁 지지자-반대자 양쪽 끌어안으려는 시도 분석
지지층 거센 비판…공화당 “탈레반 숨으라는 신호”
전쟁 지지자-반대자 양쪽 끌어안으려는 시도 분석
지지층 거센 비판…공화당 “탈레반 숨으라는 신호”
2010년 1월과 2011년 7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1일(현지시각) 첫 대국민 연설에서 두 개의 일정을 제시했다. 앞의 것은 아프간 추가파병 개시일, 뒤는 아프간 철군 개시일이다. ■ 두마리 토끼 잡기 3개월여 검토 끝에 나온 새 아프간 전략은 18개월이란 짧은 기간에 ‘병력 증파’와 ‘병력 철수’라는 모순된 목표를 동시에 담고 있다. 오바마는 당장 오는 크리스마스 즈음에 해병대 1차 선발대 파병을 시작으로 2010년 상반기까지 6개월 동안 추가병력 3만명을 최대한 신속하게 배치하겠다고 밝혔다. 아프간 주둔 미군은 현재 6만8000명에서 10만명 수준으로 급증하게 된다. 첫해에만 300억달러의 추가비용이 들어갈 전망이다. 오바마는 그러나 “18개월 뒤부터는 우리의 군인들이 집으로 돌아오기 시작할 것”이라며, 아프간전 8년 만에 처음으로 철군 일정도 내놨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번 결정이 전쟁의 지속이나 확대를 위한 것이 아니라, 아프간의 안보 책임을 아프간 정부에 이양하는 환경을 만들기 위한 일시적 조처라는 점을 강조했다. 그러나 그 수단으로 즉각 철군 대신 병력 증파를 선택한 것은 역설이자 자기모순이란 지적이 나온다. <뉴욕 타임스>는 오바마 대통령이 아프간전을 둘러싸고 양분된 두 진영에 상반된 2개의 메시지를 보냈다고 평가했다. “전쟁 지지자들을 위해 추가병력을 파견하면서, 동시에 전쟁 반대자들에게는 아프간 퇴로에 대한 보증을 제공하고 있다”는 것이다. <워싱턴 포스트>는 “오바마의 계획은 넓은 의미에서 전임 조지 부시 행정부가 이라크전쟁에서 사용했던 ‘대규모 증파’(Surge) 전략을 상기시킨다”고 지적했다. 부시 정부의 이라크 증파 명분이 이라크 자치정부에 ‘숨 돌릴 틈’을 제공했듯이, 오바마도 아프간에 ‘기회의 창’을 준다는 점을 내세운다는 것이다. 하지만 백악관 쪽은 “이번 연설은 철군 일정이라는 분명한 차별점이 있다”며, 이번 결정이 펜타곤(국방부)의 대규모 증파 요구에 끌려간 게 아니라 ‘대통령 자신의 결단’임을 강조했다. 오바마도 연설에서 아프간전 비판론과 철군 반대론을 일일이 해명하거나 논리적으로 반박했다.
1일 저녁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의 대국민연설이 이뤄진 뉴욕주 웨스트포인트 미 육군사관학교 정문 앞에 모인 시위대들이 아프간 증파에 반대하는 촛불시위를 벌이고 있다. 웨스트포인트(뉴욕주)/AP 연합뉴스
■ 문제는 실현 가능성 아프간에서 탈레반의 ‘불법 통치’를 끝장내고, 하미드 카르자이 정부의 ‘합법 통치’를 확립하겠다는 야심찬 목표가 18개월 안에 이뤄진다는 보장은 어디에도 없다. 아프간 탈레반과 토착 군벌세력은 아프간 대부분 지역에서 무시할 수 없는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데다, 양귀비 재배 및 밀거래를 통해 재원을 조달하고 있다. 정부 고위 관리들과 탈레반의 유착도 심각하다. 미국이 아프간 정부에 ‘부패 척결’과 ‘자치력 강화’를 세게 압박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국내 여론, 의회의 파병 인준 및 예산 승인 등도 넘어야 할 산이다. 민주당 진보세력을 포함한 지지층은 병력 증파 결정을 거세게 비판하는 반면, 공화당과 보수파는 철군 계획 자체를 문제삼고 나섰다. 공화당의 존 매케인 상원의원은 “철군 일정을 공표한 것은 탈레반에게 미군이 떠날 때까지 숨어 있으라는 메시지를 보내는 꼴”이라고 말했다. 그동안 민주당 의원들은 국내 반전 여론과 예산 증가 부담, 내년도 선거 등을 의식해 증파에 반대해왔다. 이날 연설 뒤 하원의장인 낸시 펠로시 민주당 의원은 “우리는 대통령의 새 전략에 대해 충분한 검토에 들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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