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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미국·중남미

‘문자메시지’ 누군가 엿보고 있다

등록 2009-11-26 22:16수정 2009-11-26 22:17

미국 9·11테러 당일 57만건 불법감청…익명 제보자 8년만에 폭로
2001년 미국 뉴욕과 워싱턴을 강타했던 ‘9·11 동시테러’ 당시 수많은 미국인들이 극도의 공포와 흥분 속에서 보냈던 이동통신 문자메시지가 57만3000건이나 한꺼번에 공개돼 충격을 주고 있다.

불법행위 고발 네트워크 사이트인 ‘위키 릭스’는 25일 새벽 3시부터 24시간에 걸쳐, 2001년 9월11일 하루 동안 보내졌던 문자 메시지들을 실제 발송시간에 맞춰 잇따라 공개했다.

“두번째 빌딩마저 무너졌어. 제발 집으로 가 있으렴”, “대통령이 행로를 바꿨음. 워싱턴으로 가진 않을 계획인데, 어디로 갈지는 모르겠음”, “가능한 빨리 집의 아내에게 전화할 것.” “난 괜찮아, 사랑해…” 등의 사연들은 다급했던 당시 상황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8년전의 악몽이 문자메시지로 실시간 재연된 셈이다.

그러나 사생활 보호와 통신비밀에 해당하는 문자메시지들이 이처럼 대규모로 감청되고, 8년 동안이나 보관되고 있던데다, 한꺼번에 누출된 것은 처음이어서 상당한 파장이 예상된다.

위키릭스 쪽은 감청된 것이 확실시되는 이 문자 메시지들은 대부분 일반 시민들이 보낸 것으로 보이나, 연방 관청에서 보낸 것들도 포함돼 있다고 <에이피>(AP) 통신에 밝혔다.

위키 릭스의 다니엘 슈미트 대변인은 “이 문자메시지들은 몇 주 전 우리 사이트에 누군가가 익명으로 보내온 것”이라며 누설된 문건들을 온라인에 올림으로써 투명성을 높이려는 것이 자신들의 목적이라고 말했다. 위키릭스에 전달된 정보 중에는 여러 매뉴얼과 소송장, 다수의 정부 문건들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뉴욕 경찰과 소방 당국은 이 메시지들이 실제로 통신망을 통해 발신된 것인지 확인할 수 없다고 밝혔다. 또 뉴욕·뉴저지 항만국, 시크릿 서비스(미국대통령 경호팀), 연방재난관리청(FEMA) 등은 아예 언급을 거부했다.

누출된 문건 대다수는 메트로콜, 스카이텔, 아치 등 3개 통신사의 것들이다. 2004년에 메트로콜과 아크를 인수합병한 유에스에이 모빌리티 쪽은 “정부 당국간 통신까지 포함한 문자메시지들이 감청되고 공개돼 당혹스럽다”며 “불법 감청에 관여한 이들이 체포돼 법정 최고형으로 기소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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