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24일 백악관 이스트룸에서 미국을 국빈 방문중인 만모한 싱 인도 총리에 대한 공식 환영식에서 싱 총리와 악수를 하고 있다. 워싱턴/AP 연합뉴스
“글로벌 리더” 추켜세우고
매년 각료급 회담 열기로
매년 각료급 회담 열기로
미국이 백악관에 인도를 위한 레드 카펫을 펼쳤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24일 미국을 국빈 방문중인 만모한 싱 인도 총리와 정상회담을 마친 뒤 백악관 잔디밭에서 극진한 만찬을 베풀었다고 <에이피>(AP) 통신이 전했다. 인도 전통음식인 커리가 주메뉴로 나왔고, 인도풍 전통의상과 장식이 만찬장을 수놓았다. 할리우드 톱스타들과 미국내 인도의 저명인사들도 대거 초청됐다. 앞서 열린 정상회담에선 양국이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강화하기로 다짐했다. 양국은 이를 위해 교역과 투자 확대 등 경제협력, 빈곤 퇴치, 기후변화 공동대응 등 국제 현안에 ‘포괄적 협력관계’를 구축하고 매년 각료급 회담을 열기로 합의했다. 오바마는 내년 인도 방문 초청도 수락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정상회담 뒤 “미국은 안정되고 평화로우며 풍요로운 아시아를 만들어가는 데 기여하는 인도의 리더십을 환영하며 격려한다”고 말했다. “양국은 모든 국가들을 위한 번영과 안보의 미래를 건설하는 글로벌 리더이며, 그런 미래를 건설하는 데 인도는 없어서는 안되는 나라”라고도 했다. 외교 언어라는 점을 감안해도 최고 수준의 찬사다. 로버트 기브스 백악관 대변인은 싱 총리가 오바마 정부 출범 이후 첫 국빈급 정상으로 초대된 것에 대해 “국제무대에서 인도의 경제와 정치적 힘을 인정하는 존경의 표시”라고 말했다.
미국이 인도를 이처럼 환대한 데에는 다양한 전략적 포석이 깔려있다는 분석이다. 미국에게 인도는 중국을 비롯한 주변국을 견제할 아시아 강대국이자 엄청난 잠재력을 지닌 시장으로서 전략적 가치가 매우 큰 나라다. 그러나 지난주 오바마 대통령은 아시아 순방에서 인도를 빠뜨린데다, 중국과 일본의 위상을 한껏 높여주었다. 아시아를 넘어 세계의 신흥국으로 떠오른 인도가 소외감을 느꼈을 법하다.
더욱이 중국과 인도는 오랜 국경 분쟁을 포함해 미묘한 견제관계에 있다. 미국이 아프간 전쟁의 원활한 수행과 탈레반 소탕을 위해 아프간 접경국이자 인도와 앙숙관계인 파키스탄의 협력을 구하는 것도 인도의 심기를 불편하게 하고 있다. <로이터> 통신은 24일, 오바마 대통령은 최근 새로운 아프간 전략과 이란의 핵문제에 매달리면서 인도가 외교정책의 주요 의제에서 배제됐다고 느끼는 인도의 우려를 달래야 했다고 보도했다.
중국의 관영 <신화통신>은 “미국-인도간 ‘전략적 동반자 관계’는 조지 부시 전임 정부 시절에도 나온 얘기여서 새로운 게 아니다”면서, 오바마 대통령이 (서남아시아 지역에서) 알카에다와 극단주의 세력의 척결을 강조한 반면, 싱 총리는 미국의 첨단기술의 인도 이전에 더 큰 관심을 보여 강조점이 달랐다고 보도했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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