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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미국·중남미

미 대통령과 기자들 각본없이 날선 공방

등록 2009-10-01 18:37

백악관에선 어떻게
사전조율없이 뜨거운 현안 캐물어
대통령엔 언론사·질문자 선택권만
“대통령, 당신의 이라크 침공 결정으로 수천명의 미군과 이라크인들이 죽었다. (당신이 제시한) 모든 침공 이유는 거짓으로 드러났다. 이라크를 침공한 진짜 이유가 뭔가.”(헬렌 토머스)

“이라크는 적에게 안전한 피난처를 제공했다. 그게 이유다.”(조지 부시)

“이라크는 그런 일을 하지 않았다.”(헬렌)

“그들은 했다. 탈레반은 알카에다에 피난처를 제공했다.”(부시)

“그건 (아프가니스탄이지) 이라크가 아니다.”(헬렌)

“헬렌, 내 말을 끊지 마라. 나는 이라크에서도 (아프가니스탄과) 똑같은 위협을 봤다.”(부시)

2006년 3월21일 백악관서 열린 기자회견의 한 장면이다. 조지 부시 당시 대통령과 <유피아이(UPI)> 백악관 출입기자 헬렌 토머스(89) 사이에 벌어진, 논쟁에 가까운 질의응답은 텔레비전을 통해 미 전역에 생중계됐다. 토머스는 부시의 가장 아픈 대목을 집요하게 파고들었다. 웃으면서 기자회견을 시작한 부시의 얼굴은 이내 굳어져 버렸다. 이런 정도의 가시돋친 설전이 자주 있는 건 아니지만, 대통령을 곤경에 빠뜨리는 질문은 백악관 회견장에선 흔히 접할 수 있다.

미국에서 대통령 기자회견의 질문을 백악관과 출입기자단이 미리 조정하는 일은 없다. 질문 내용은 취재기자 스스로 정한다. 그러니 그 시점의 가장 예민한 현안들이 기자회견장에 다 올라온다. 어느 자리에서도 미국 대통령은 핵심 이슈에 대한 질문을 피해갈 수 없다.


미국 대통령에게도 나름의 ‘방어권’은 있다. 질문자를 선택할 수 있는 권리다. 여기에도 오랜 관행이 있다. 전통적으로 <에이피(AP)>나 <유피아이> 등 통신사, 공중파 방송, 케이블 방송, <뉴욕타임스> 등 유력 신문 순으로 질문자를 택하고 지방신문 등 군소 언론을 맨 마지막에 지명한다. 그러나 대통령 성향에 따라 이 관행은 가끔 무시된다. 부시 대통령은 보수 언론사 기자들을 질문자로 주로 지목하고 헬렌처럼 껄끄러운 이는 일부러 피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 3월, 취임 후 두번째 기자회견에서 유력 언론사가 아닌 군소 언론사를 주로 선택했다.

박찬수 기자 pc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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