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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미국·중남미

‘거짓말’ 고함 사건, 인종문제 비화

등록 2009-09-17 19:31

조 윌슨 의원(공화당·사우스캐롤라이나)
조 윌슨 의원(공화당·사우스캐롤라이나)
카터 “인종주의 기반한 행동”…공화당선 반발
대통령에게 내지른 고함이 겉잡을 수 없는 후폭풍을 불러오고 있다.

미국 하원의 조 윌슨 의원(공화당·사우스캐롤라이나)은 지난 9일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의회연설 도중 “거짓말하고 있어!”라고 외친 사건이 뜻밖의 인종차별 논란까지 낳으며 겉잡을 수 없이 파문을 키워가리라곤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을 것이다.

윌슨 의원의 지역구인 사우스캐롤라이나주에서는 윌슨 본인 뿐 아니라 맞수인 민주당의 롭 밀러에게까지 정치자금이 밀려들 때만 해도 사건은 일과성 해프닝으로 그치는 듯 싶었다. 그러나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인 머린 다우드가 13일 칼럼에서 “미국 최초의 흑인 대통령인 오바마를 외국인, 파시스트, 마르크스주의자, 나치, 노년층을 갈취하려는 비열한 인간 등으로 분칠하려는 것은 (오바마의) 인종과 관련이 있다”고 강도 높게 비난하면서 사건은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논란이 불거지자 미 하원은 15일 조 윌슨 의원의 “품위를 실추시킨 행동”에 대해 전례 없는 비난결의안을 채택했다. 파장은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도 이날 <엔비시>(NBC)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윌슨 의원이 고함친 것은 인종주의에 뿌리를 둔 행동”이며, “흑인이 미국을 이끌 자격이 없다고 생각하는 많은 백인들의 믿음을 드러낸 것”이라고 신랄하게 비판했다.

공화당은 다음날 즉각 성명을 내어 “카터 전 대통령의 발언은 전적으로 틀린 주장”이라며 “민주당이 오바마 대통령의 인기없는 의료보험 개혁안에 대한 관심을 돌리려 애처로운 시도를 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사태가 심각하게 번지자, 백악관이 수습에 나섰다. 로버트 깁스 백악관 대변인은 16일 “오바마 대통령은 자신이 피부색 때문에 비판을 받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논란에 종지부를 찍기를 희망했다.

그러나 이번엔 윌슨앞 의원의 아들이 논란에 가세했다. 현재 사우스캐롤라이나주 검찰총장에 도전 중인 앨런 윌슨은 16일 <에이피>(AP) 통신에 “나의 아버지는 인종주의와는 전혀 거리가 멀다”며 “내가 카터 전 대통령에 대해 잘 모르므로 그에 대해 언급하진 않겠지만 내가 아는 아버지는 그런 사람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미국 유색인지위향상협회(NAACP)는 카터의 발언을 적극 옹호하고 나섰다. 벤저민 질러스 회장은 16일 “공화당 극우파가 인종문제에 별 관심이 없는 다수의 중간층을 끌어들이기 위해 투쟁을 벌이고 있다”며 “오바마 대통령이 이 문제를 정면으로 다룰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미국사회의 치부이자 근본적인 갈등을 응축해 드러낸 이번 사태가 어떤 식으로 결말이 날지 관심이 쏠린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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