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붐에 김치·불고기가게 밀려나고
고급아파트·전문커피점 등 들어서
임대비 폭등…교민30% 빈곤선 이하
고급아파트·전문커피점 등 들어서
임대비 폭등…교민30% 빈곤선 이하
“두 개의 세계가 불안하게 뒤섞인 곳.”
미국 언론의 눈에 비친 미국 내 한인 지역의 모습이다. 미국 최대의 한국인 거주지역인 로스앤젤레스의 코리아타운에서 멋진 새 빌딩들이 전통적인 주택과 상가를 대체하고 있으며, 이런 변모에 대한 기대와 탄식도 교차하고 있다고 <로스앤젤레스 타임스>가 23일 보도했다. 화려한 개발사업이 진행되면서, 오랜 기간 터를 잡고 살던 주민들과 상가가 고급 아파트와 소매점 체인들에 밀려나고 있다는 것이다. 수많은 주점과 식당, 노래방들이 난립하면서 손님을 끌기 위해 가격을 대폭 낮추고 있고, 일부는 아예 문을 닫았다.
로스앤젤레스 한인지역은 지난 수년간 김치와 불고기 따위를 파는 영세 가게, 한국산 맥주집, 아시아풍의 잡화점들이 뒤섞여 있었으나, 최근 들어 커피빈앤티리프(커피), 콜드스톤크리머리(아이스크림), 나인웨스트(의류잡화) 등 전문 브랜드 점들이 그 자리를 메우고 있다. 특히 젊은 세대의 유입이 부쩍 늘면서 세련된 건물들이 속속 들어서, 기존의 한국적 풍취와 어울리지 않는 부조화를 자아낸다고 신문은 전했다.
윌셔 버몬트 지하철역은 현관 안내인과 피트니스룸, 무선인터넷 설비가 완비된 수영장을 갖춘 주상복합건물과 곧바로 연결되고, 싱그런 야자수들과 첨단 디자인의 지하철역 입구가 세입자와 주민들을 반긴다. 밥그릇이 그려진 광고간판만 없다면 이곳이 한국인 거주지역임을 전혀 알아차릴 수 없다.
이 변화에 대한 교민들의 반응은 엇갈린다. 일부는 한인 타운이 고유한 특색과 매력을 잃어가고 있다고 안타까워하고, 다른 일부는 발전을 위해 필수적인 도시형 변모라고 반긴다. 양극화 현상도 심각하다. 교민의 30% 이상이 연방정부가 정한 빈곤선 이하 수입으로 살고 있는 반면, 생계비용은 다른 대도시보다 140%나 비싸다. 임대비도 폭등했다. 한 교민은 “격차가 너무 크다. 중산층이 고통받게 되고, 결국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