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주도 공공보험 대신 비영리조합 형태도 가능”
전국민 의료보험제도 도입을 둘러싼 미국 내 찬반 논란이 거세지면서 정부 주도의 공공보험을 추진했던 버락 오바마 행정부의 야심찬 의료보험 개혁안이 후퇴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지난 15일 오바마 대통령이 콜로라도 타운홀미팅에서 “민간보험사들과 경쟁하는 (정부 주도의) 공공보험은 개혁의 아주 작은 부분에 지나지 않을 것”이라며 공공보험 도입에서 한발 물러선 태도를 보인 이후 행정부 고위 관리들도 이를 인정하는 발언을 잇달고 내놓고 있다.
캐슬린 시벨리우스 보건부 장관은 16일 <시엔엔>(CNN)과 회견에서 “공공보험은 본질적 부분이 아니다”며 공공보험 문제에 대해 타협할 수 있을 것임을 시사했다.
그는 “중요한 점은 소비자들의 선택과 경쟁”이라며 “상원이 정부가 운영하는 공공보험 대신 비영리조합형태의 보험을 제안하고 있고, 행정부는 이를 받아들일 수 있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고 덧붙였다.
로버트 기브스 백악관 대변인도 이날 <시비에스>(CBS)의 ‘페이스 더 네이션’에 출연해 “행정부는 민간보험회사들과 경쟁할 수 있는 소비자가 운영하는 비영리조합 형태의 대안적 제안을 고려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선거운동 과정에서 4600만 보험 미가입자들을 위해 정부가 운영하는 공공보험을 제안했던 오바마 대통령은 취임 이후 △비용 축소 △공공보험을 포함한 선택의 자유 보장 △질 높은 의료보험 등 3대 개혁을 포함할 것을 요구해 왔다. 그러나 반대가 거세지면서 오바마 대통령의 발언 수위가 바뀌고 있는 것이다.
오바마 정부의 이런 입장 변화는 정부의 역할 확대에 반대하는 공화당 내 중도파 의원들의 지지를 끌어내고, 반대를 무마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반면, 하워드 딘 전 민주당 전국위 의장 등 민주당 내 진보진영은 “공공보험 없는 의보개혁안은 가치가 없는 것”이라며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오바마 정부의 타협적인 태도로 인해 자칫 의보개혁이 ‘누더기 개혁’이 될 수도 있다는 우려가 미국 내에서 확산되고 있다.
류재훈 기자 hooni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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