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취임뒤 첫 인종문제 언급
“흑인 꿈 운동선수·가수 그쳐서야
과학자·법관·대통령 포부 갖기를”
“흑인 꿈 운동선수·가수 그쳐서야
과학자·법관·대통령 포부 갖기를”
미국 역사상 첫 흑인 대통령인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취임 뒤 처음으로 16일 인종문제에 대해 언급했다.
오바마는 이날 뉴욕 맨해튼의 한 호텔에서 열린 미국 최대 흑인 인권운동단체인 유색인종지위향상협회(NAACP) 100주년 기념 만찬에서 “미국 사회 곳곳에 인종차별이 여전히 남아있다”며 “흑인뿐 아니라, 라틴계, 무슬림, 동성애자 등도 여전히 차별의 고통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오바마는 “아직도 고용, 교육, 의료 등에서 인종 간 격차가 존재한다”며 “구조적인 불평등을 근절하도록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
오바마는 그러나 “운명은 결정된 게 아니다. 차별적 현실은 핑계가 되지 않는다. 흑인들 스스로 미래를 개척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바마는 특히 차별철폐를 위해 교육만큼 강력한 무기는 없다고 말했다. 오바마는 흑인 젊은이들을 향해 “운동선수나 랩 가수가 되려는 데 그쳐서는 안 되며 과학자나 엔지니어, 의사, 교사 등의 다양한 포부를 갖기를 바란다”며 “대법관도 되고, 미국 대통령도 되려는 열망을 가져달라”고 당부했다.
오바마는 자신이 미국의 첫 흑인 대통령이 될 수 있었던 것은 흑인 인권운동가들의 열정과 용기 덕분이었으며, 다른 사람들의 희생으로 자신이 지금 자리에 오게 됐다며 흑인사회에 감사의 뜻을 전했다. 오바마는 마지막으로 “200주년 때는 우리 세계가 제 몫을 다했다는 말을 할 수 있도록 노력하자”고 다짐해 운집한 흑인들의 박수 갈채를 받았다.
백악관은 오바마 대통령이 이번 연설을 지난 2주 동안 준비해 왔다고 전했다. 1909년 이후 미국의 모든 대통령이 유색인종지위향상협의회(NAACP)를 한차례 이상 방문했으며, 여러 차례 방문한 대통령도 적지 않다. 조지 부시 전 대통령은 다섯 차례 이 단체의 초청을 받아들이지 않다가 2006년 처음으로 이 단체 연례총회에서 연설한 바 있다.
워싱턴/류재훈 특파원 hooni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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