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145명 불법수출 기소
이란·중국에 상당수 보내
이란·중국에 상당수 보내
테러에 맞선 강경대응을 선언한 미국이 실제로는 테러단체와 외국 정부의 ‘무기 슈퍼마켓’이 되고 있다는 보고서가 나왔다.
미국 의회 감사원(GAO)이 최근 하원 에너지통상소위원회에 제출한 보고서를 보면, 지난 1년 동안 145명이 수출통제법을 위반한 혐의로 기소됐고, 이들 가운데 43%가 이란과 중국 등으로 무기를 불법수출하려 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수출통제법의 법망을 피해 미국산 무기와 부품 구매를 원하는 테러단체와 외국 정부들이 중간기착지로 이용하는 국가들로 유령송장을 보내는 방식을 사용했다.
보고서는 또 개인 구매자를 가장한 수사관들이 미국 내에서 합법적 수단을 통해 유도미사일 기술과 심지어 핵폭탄 기폭장치로 사용할 수 있는 이중용도의 의료기기까지도 구매할 수 있었다며, 느슨한 무기판매 규제와 수출통제로 인해 테러단체와 외국 정부가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 등에서 미군에 대항하기 위해 미국산 무기들을 구매할 수 있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정부의 잉여무기 등을 판매해 온 미국 민간기업들은 구매자의 배경을 확인하거나 이런 판매에 대한 정부의 허가를 받을 필요가 없다. 수출이 금지된 민감한 군사장비들이 미국 내에선 합법적으로 거래되고 있고, 구매자들은 그럴 듯한 위장회사를 내세우는 것으로 충분했다. 실제로 수사관들에게 F-16전투기 엔진의 컴퓨터를 판매한 조지아주의 판매상 니컬러스 피튼은 “박물관, 수집가, 영화사 같은 구매자들이 진짜를 찾기 때문에 별 문제 없이 판매했다”고 증언했다.
지난 13개월 동안 조사를 이끈 그레고리 쿠츠 감사원 국장은 “수사관들이 세운 위장회사나 구매방식은 오늘날 테러단체들도 이용하고 있다”며 “이런 상황은 가상이 아니라 실제상황”이라고 말했다. 앤마리 라소브스키 감사원 국장은 “9·11 이후에도 수출관련 법규에 변화가 없었다”며 “안보와 통상을 담당하는 모든 기관들을 망라한 통합적인 방안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워싱턴/류재훈 특파원 hooni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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