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이로 연설에 큰 관심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3~4일 사우디아라비아와 이집트를 잇따라 방문한다. 취임 후 첫 중동 순방이자, 지난달 이스라엘, 팔레스타인과의 백악관 정상회담에 이은 중동권 연쇄 정상외교의 마무리 수순이다.
이번 순방에선 오바마가 이집트 카이로에서 전 세계 무슬림들에게 할 연설 내용이 가장 큰 관심거리다. 백악관은 오바마 대통령이 이 연설에서 새로운 중동 평화안을 밝힐 것인지에 대해 아직까지 구체적인 설명을 내놓지 않고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오바마가 평화구상을 진지하게 생각하고 있다는 걸 보여줄 필요가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고 <로이터> 통신이 31일 전했다. 이와 관련해 오바마는 지난주 “미국과 이슬람 세계와의 더 나은 관계를 위해 미국이 어떻게 변화할 수 있는지에 대해 폭넓은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다”고 밝힌 바 있다.
오바마 대통령의 이번 중동 방문과 카이로 연설은 기대와 우려를 동시에 낳고 있다. 오바마가 중동정책에서 만족스런 변화와 성과를 보여주지 못할 경우, 중동 무슬림들 사이에선 높아진 기대만큼이나 실망도 클 것이기 때문이다. 또 자칫 미국이 이집트의 장기독재 정권을 지지한다는 인상을 줄 우려도 있다.
중동 이슬람권에서는 오바마 개인에 대한 호감과 달리 미국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가 뿌리 깊다. 여론조사기관 입소스가 지난달 아랍 6개국 국민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에서 응답자들은 오바마에 대해 48%의 지지를 보였지만, 미국에 대한 우호적 응답은 33%에 그쳤다. 앞서 2004년 또다른 여론조사에서는 이집트인의 4%만이 미국에 호감을 보였다. 팔레스타인의 한 젊은이는 <에이피>(AP) 통신에 “무슬림들은 오바마 대통령의 말이 아닌 행동으로 그를 판단할 것”이라며 “많은 이야기들이 나오겠지만, 그 속에서 뭔가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조처가 나오기를 진심으로 바란다”고 말했다.
그러나 미국 안에서는 냉정한 전망도 나온다.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의 존 알터만 연구원은 “오바마 대통령이 4일 카이로 연설에서 미국의 인기를 높일 수 있는 것은 하나도 없다”며 “미국의 기본적인 이익은 전세계 무슬림들이 미국으로부터 기대하는 것과는 다르다”고 말했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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