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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미국·중남미

멕시코 ‘마약 전쟁’ 끝이 안보인다

등록 2009-05-27 21:00수정 2009-05-27 22:33

시장·전 경찰총수 등 관료 27명 전격 체포
탐욕 빠진 관료 부패 심각…완전소탕 멀어
관료사회-마약조직 뿌리깊은 유착

멕시코 정부의 ‘마약전쟁’이 끝을 알 수 없는 수렁으로 빠져들고 있다.

멕시코 국가방위군은 26일 마약조직과 연루된 현직 시장 10명과 경찰 수뇌부 등 고위 관료들을 무더기로 검거했다고 <로이터> 통신이 보도했다. 2006년 12월 펠리페 칼데론 멕시코 대통령이 ‘마약과의 전쟁’을 선포한 이래 마약 관련 부패사건으로는 최대 규모다.

200여명의 연방기관 요원과 군인들이 이날 멕시코 최대 마약 카르텔 ‘라 파밀리아’(가족)의 본거지인 미초아칸주 모렐리아시 소재 주법무장관실을 비롯해 주요 도시의 시청과 경찰서들을 급습했다. 미초아칸주는 칼데론 대통령의 고향이자 마약전쟁의 최전선이다. 붙잡힌 관료 28명 가운데에는 현직 판사, 경찰총수 출신의 주지사 보좌관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멕시코 관료사회와 마약조직의 뿌리 깊은 유착관계를 보여주는 상징적 사례다.

우파 국민행동당 대표인 칼데론 대통령은 2006년 7월 대선에서 강력한 좌파 후보와 맞붙어 부정선거 시비와 재검표까지 거친 끝에 0.5%포인트의 표차로 당선했다. 취약한 상태로 출발한 칼데론 정부는 정치적 명분과 지지를 강화하기 위해 취임 직후 4만5천명의 군인과 무장경찰을 투입해 ‘마약과의 전쟁’에 착수했다.

지난해에만 마약전쟁으로 6300명이 숨졌고, 올해 들어 지금까지 2300명이 목숨을 잃었다. 웬만한 국가간 전쟁을 넘어서는 수준이다. 사망자에는 마약조직 소탕 과정에서 숨진 군경뿐 아니라, 엄청난 수의 민간인과 마약조직 간 패권 싸움의 희생자들도 포함돼 있다. 마약조직들은 관료들에 대한 협박은 물론이고, 마약 관련 보도를 하는 언론인 납치와 살해도 서슴지 않는다. 마약 카르텔들의 세력 다툼이 치열한 두랑고주에선 이달 들어서만 2명의 기자가 살해됐다.

멕시코 마약전쟁은 엄청난 희생에도 불구하고 이렇다 할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이미 수많은 마약 카르텔이 사회 깊숙이 뿌리를 내린데다, 이들로부터 거액의 뇌물을 받고 마약조직을 보호하는 관료집단의 부패가 심각하기 때문이다. 빈부격차가 극심한 멕시코 사회에서 광범위한 빈곤층 청년들은 ‘탈출구’를 찾아 마약카르텔에 합류한다. 그 배경엔 위험을 감수하고라도 손쉽게 일확천금을 만질 수 있다는 ‘마약의 경제학’이 깔려 있다. <에이피>(AP) 통신은 27일 “멕시코 북부의 미국 접경지역은 부와 탐욕에서 비길 데 없는 불법 마약시장”이라고 지적했다. 멕시코 마약은 최대 시장인 미국으로 흘러들어 주요한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지난달 멕시코를 방문해 칼데론 정부의 마약전쟁에 후한 점수를 줬다. 그러나 마약전쟁으로 마약 문제가 해결될 기미는 전혀 보이지 않는다. 미국 관리들은 “멕시코에서 (마약조직들의) 폭력적 저항이 늘어나는 것은 마약조직들이 약화하고 있는 징조”라고 말한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마약조직의 힘이 현저히 줄어들기까지는 기나긴 싸움을 치러야 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로이터> 통신이 전했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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