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취임 100일
‘박수 받는’ 오바마 100일
경제·외교 등 ‘부시 지우기’…미 국민 절반 “옳은 방향”
재정적자·내부반발 등 난제 많아…결실 시간 걸릴듯
* 힙한 : hip·감각을 갖춰 매력적인
경제·외교 등 ‘부시 지우기’…미 국민 절반 “옳은 방향”
재정적자·내부반발 등 난제 많아…결실 시간 걸릴듯
* 힙한 : hip·감각을 갖춰 매력적인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29일 취임 100일을 맞았다. 변화와 희망을 약속했던 오바마의 첫 100일 행보의 초점은 전임 부시 행정부의 유산을 지우는 것이었다. 감세와 작은 정부, 탈규제, 힘을 앞세운 대외정책 등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 이래 한 세대 동안 계속된 미국 정치·사회·경제 시스템과의 결별 선언이기도 했다.
■ 미국에 정부를 되살리다 캘리포니아대 산타바바라 캠퍼스의 게하르드 피터스 교수는 오바마 대통령이 프랭클린 루즈벨트처럼 전환기적(transfomational) 대통령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오바마가 정부와 사회, 정부와 기업, 사회와 기업간의 관계를 새로 짜면서 미국 정치를 전환시키고 있다”며 “우리를 보호하기 위해 정부가 필요하다는 개념을 만들어 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오바마 대통령의 측근들은 이런 변화의 비결은 ‘대통령이 이데올로그가 아닌 실용주의자’인 덕분이라고 말한다. 오바마 대통령은 취임 첫 100일 동안 어떤 전임자들보다도 바쁜 일정을 소화했다. 프랭클린 루즈벨트 대통령 이래 가장 많은 행정명령과 메모 등에 서명했고, 가장 많은 외국을 방문했다. 미국발 경제위기는 오바마에게 험난한 도전인 동시에 과거와는 완전히 다른 야심찬 의제들을 추진하게 하는 힘이기도 했다.
미국 언론들도 그의 첫 100일에 후한 점수를 주고 있다. 미국인 3명 가운데 2명이 오바마의 국정수행에 지지를 보내면서 역대 최고 수준의 지지도를 보이고 있고, 절반 이상이 미국이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본다.
■ 사회적 변화 이끌어낸 인기 오바마 대통령의 높은 개인적 인기는 강력한 ‘브랜드파워’를 보여주며, 사회 문화 곳곳에서 변화를 만들어 냈다. 정치 전문 <폴리티코>는 어린 학생들 사이에서도 긍정적 신조어의 대상이 된 오바마가 ‘감각을 갖춰 대중의 모방심리를 자극하는 매력’을 지닌 “미국 최초의 힙(hip)한 대통령”이라고 평가했다. 데보라 태넌 조지타운대 교수는 “아이들이 대통령의 이름을 가지고 신조어를 만드는 것은 애정과 동질감을 갖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최근 <뉴욕타임스>와 <시비에스>(CBS)가 실시한 여론조사를 보면, 오바마 대통령의 개인적 인기의 영향으로 미국 사회에서 흑백간의 관계가 어느 때보다도 좋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오바마 스스로도 이런 변화를 선도하고 있다. 토요 라디오 주례연설 동영상을 유투브에 올리고, 온라인 타운홀미팅을 열고, 경제회복 프로그램의 지출을 추적하는 웹사이트를 운영하는 등 인터넷을 통해 보다 많은 국민들이 백악관에 접근하는 길을 열었다.
■ 줄지어선 난제들 오바마가 취임 첫 100일 동안 야심차게 씨를 뿌린 개혁들에서 결실을 거두려면 시간이 필요하다.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 전쟁 마무리, 급진적인 기후변화 입법, 국방정책 개혁, 교육·의료보험 개혁 등 어느 것 하나도 쉽지 않다. 아직 침체의 늪을 벗어나지 못한 미국 경제를 살리려면 미국식 자본주의에 대한 근본적인 정밀검사를 계속해야 한다. 의회 예산국(CBO)은 미국이 올해 1조8천억달러의 천문학적 재정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한다.
미국 언론들은 오바마 대통령의 적은 민주당 내부에 있다고 지적한다. 개혁으로 일자리를 잃게 될 주 출신의 민주당 정치인들의 동의를 얻어내는 것이 성공의 열쇠라는 것이다. 이란·베네수엘라·쿠바·북한 등에 대한 “단호하고 직접적인 외교”가 돌파구를 만들어낼 수 있을지도 여전히 미지수다.
워싱턴/류재훈 특파원 hoonie@hani.co.kr
워싱턴/류재훈 특파원 hoonie@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