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베르토 후지모리 전 페루 대통령이 7일 열린 특별재판에서 징역 25년형을 선고받은 뒤 퇴정하기 위해 일어나고 있다. 리마/AP 연합
알베르토 후지모리 전 페루 대통령이 재직(1990~2000) 당시 납치와 살인을 명령한 혐의로 7일 열린 1심 판결에서 25년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페루 특별재판부의 세사르 산 마르틴 1심 재판장은 후지모리가 1990년대 좌파 반정부조직인 ‘빛나는 길’에 대한 토벌작전 과정에서 최소 50명의 민간인을 학살한 콜리나 부대의 창설을 인가했다는 것에 의문의 여지가 없다며 유죄 판결을 내렸다고 <에이피>(AP) 등 외신들이 보도했다. 재판부는 후지모리의 심복이자 정보국 책임자가 문제의 암살부대를 직접 지휘했으며, 후지모리는 1995년 이 부대원들을 사면했다고 확인했다.
법원 밖에서는 후지모리 지지파와 반대파 시위대 수십여명이 모여 “살인자 후지모리!” 또는 “후지모리는 무죄!” 등의 구호를 외치며 시위를 벌였다. 1992년 당시 대학생이던 형이 살해된 기셀라 오리츠는 이날 판결 뒤 “희생자들이 테러단체와 무관하다는 법원 판결로, 내 형이 사후 처음으로 명예가 회복됐다”며 감격했다.
<뉴욕타임스>는 “이번 판결은 다른 나라의 전·현직 지도자들이 전쟁범죄나 인권유린 혐의로 기소될 경우 유의미한 전례가 될 수 있어, 국제 인권법 전문가들도 재판 과정을 관심 있게 지켜봤다”고 전했다.
이미 권력남용 혐의로 6년형을 선고받고 복역중인 후지모리는 즉각 항소하겠다고 밝혔다. 페루의 현역 의원인 그의 딸 게이코는 “이번 판결은 미리 정해진 것이었다”며 “2011년 대선에 당선돼 아버지를 사면하겠다”고 말했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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