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전략 마련…나토도 비회원국 지원 촉구
유엔도 긍정적…한국에 협력요청 있을 듯
유엔도 긍정적…한국에 협력요청 있을 듯
미국이 아프간 전략에 ‘국제사회의 과제’라는 외피를 씌우면서, 국제사회에 아프간전의 짐을 떠맡기고 있다.
미국은 이번주 유럽에서 잇따라 열리는 △아프간 문제 국제회의(31일 헤이그) △주요·신흥 20개국(G20) 정상회의(4월2일 런던)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정상회담(3일 스트라스부르) △유럽연합(EU) 정상회담(5일 프라하) 등 굵직한 회의들을 새 아프간 전략 실행을 위한 국제사회의 지원을 확보하는 외교무대로 적극 활용할 계획이다. 31일 국제회의에선 ‘30년 앙숙’ 미국과 이란이 아프간 문제 해결 공조를 계기로 화해의 물꼬를 틀 수 있을지도 관심거리다.
7년 넘게 아프간전을 끌어온 미국과 나토는 이번 기회에 나토 회원국 이외 국가들을 향해서도 아프간전 병력과 비용 분담의 ‘청구서’를 내밀겠다는 뜻을 점점 더 분명히 하고 있다. 앤마리 슬로터 미국 국무부 정책기획국장은 29일 <비비시>(BBC) 방송에 “아프간 문제 국제회의는 (아프간 작전의) 목표와 달성 방안을 재설정해 참가국 모두가 합의하는 전략을 마련하는 자리”라며 참가국들의 책임 분담을 강조했다.
야프 더호프 스헤퍼르 나토 사무총장도 30일 <파이낸셜 타임스> 인터뷰에서 향후 5년간 26개 나토 회원국 이외의 국가들도 아프간 파병 연합군의 급여와 유지 비용을 분담해야 한다고 말했다. 스헤퍼르 사무총장은 “이번 회담의 핵심 목표는 13만4천명의 아프간 주둔군 운용을 위해 연간 20억달러를 분담하기로 약속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일본, 사우디아라비아와 페르시아만 국가들을 분담금을 낼 주요 후보로 꼽으면서도 대상국이 이들 나라에만 한정된다는 뜻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지금까지 아프간 전쟁 비용 모금 총액은 2500만달러에 불과하다.
앞서 27일 리처드 홀브룩 미국 아프간·파키스탄 특사는 <시엔엔>(CNN)에 “많은 나라들로부터 아프간 대선 기간중 병력 증파를 약속받았으며, 일본은 향후 6개월간 아프간 경찰의 급여를 부담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한국도 조만간 파병이나 분담금 등의 요구를 받을 가능성이 크다.
오바마 정부와 나토의 이런 구상은 “미국 편에 서지 않으면 적”이라는 조지 부시 전 대통령의 위압적 태도를 버리고 국제사회의 자발적 참여를 구하겠다는 공조의 형식을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속내를 보면 아프간 전략에서 근본적인 변화는 보여주지 않으면서도 국제사회가 책임만 떠안으라는 요구여서 논란이 예상된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지난 27일 △아프간에 병력 증파 △민간지원 확대 △파키스탄 역할 강화 △동맹국들의 기여 확대 등을 핵심으로 한 새 아프간 전략 계획을 발표했다. 이에 대해 미국 유엔 대표부의 아프간 자문관을 역임한 힐러리 맨 레버렛은 최근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 기고에서 “알카에다의 근거지인 파키스탄을 강조하는 오바마의 새 전략은 과거와 마찬가지로 공습에 의존해 민간인 희생자만 늘릴 것”이라며 “오바마의 전략은 부시의 실수와 닮아 있다”고 비판했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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