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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미국·중남미

오바마 ‘아프간 자활’로 새 전략

등록 2009-03-27 19:08수정 2009-03-28 01:50

전투병 대신 훈련요원 증파…‘테러조직 제거’ 목표 한정
미국의 새로운 ‘아프가니스탄 전략’이 27일 윤곽을 드러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재검토 지시로 두달만에 선보인 새 계획은 아프간 전쟁의 전략적 목표를 ‘알카에다 등 테러조직 제거’라는 군사적 목표로 한정했다. ‘친미 민주정부’를 세워 분쟁지역을 안정화한다는 조지 부시 전임 정부의 포괄적 대외안보 전략보다 목표치가 현실화됐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텔레비전 연설에서 “알카에다가 미국 본토 공격 계획을 활발히 진행하고 있다는 여러 정보가 있었다”며 “우리는 알카에다 격멸이라는 분명하고 집중된 목표가 있다”고 강조했다.

새 전략에서 우선 눈에 띄는 대목은 미군 훈련요원 4천명을 증파한다는 것이다. 새로 증파되는 미군 4천명은 아프간 정부군의 작전 및 전투력 향상을 위한 교육훈련이 주임무다. 지난달 전투·지원병력 1만7천명 증파 결정 이후 당분간 전투병력은 파병하지 않는 대신 현지 훈련요원의 역할을 강화한 것이다. 아프간 정부의 자체적 치안유지 능력을 키워 중장기적으로 미군 철수의 발판을 마련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알카에다·탈레반과의 싸움의 진척 정도를 객관적으로 평가할 기준을 세우겠다는 것도 새롭다. 미국의 한 관리는 “미군과 동맹군의 성과를 측정할 계량 기준을 개발하고 있다”며 “아프간 정책을 중도 수정할 필요가 있는지 주기적으로 점검할 것”이라고 말했다.

농업, 경제, 법률 등 각 분야의 민간전문가를 파견해 아프간의 경제·사회 인프라를 강화하는 방안도 포함됐다. <로이터> 통신은 “민간전문가 파견 방침은 많은 아프간 민중들에게 환영받겠지만, 구체적 내용과 방법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이번 수정전략에 아프간 접경국이자 탈레반의 본거지인 파키스탄 문제에 대한 대책은 빠졌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핵 보유국이자 알카에다 세력의 은신처인 파키스탄이 미국의 안보에 훨씬 큰 위협이 될 것이라는 경고도 나온다. <뉴욕 타임스>는 26일 “아프간과 파키스탄의 탈레반 세력들이 미군의 아프간 증파를 앞두고 공조협력을 강화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새 아프간 전략을 다음달 3일 프랑스에서 열리는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정상회담에서 제안할 예정이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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