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무역대표부 대표지명자, 재협상 시사
정부 “미국 공식입장 아니다”
정부 “미국 공식입장 아니다”
미국의 대외 통상정책을 총괄할 론 커크(54) 무역대표부(USTR) 대표 지명자가 9일(미국시각)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대해 “현재 상태로는 수용할 수 없다”며 사실상 재협상 의사를 밝혔다. 이에 대해 청와대와 정부는 “미국 정부의 공식 입장으로 볼 수 없다”며 커크의 발언을 축소했고, 여당도 애초 일정대로 오는 4월 임시국회에서 관련 상임위를 열어 비준 동의안을 처리하겠다는 방침을 굽히지 않았다.
커크 대표 지명자는 이날 상원 재무위원회의 인준 청문회에서 “이 협정이 공정하지 않다고 한 (오바마) 대통령의 말에 동의한다”며 “우리가 이를 바로잡지 못한다면 여기서 물러설 태세가 되어 있다”고 밝혔다. 그는 “한-미 자유무역협정이 최대의 경제적 기회를 제공한다고 믿고 있다”며 “그러나 우리는 이를 바로잡기를 원한다”고 말했다. 다만 커크 지명자는 협정문 어느 부분이 공정하지 않다고 여기는지, 일부를 수정할지 아니면 재협상할지 구체적으로 말하진 않았다. 오바마 정부 출범 뒤 행정부와 의회 관계자들이 한-미 자유무역협정에 대한 불만을 여러 차례 표시했지만, 협정 체결 담당기구 대표자로부터 재협상을 시사하는 발언이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커크 지명자의 발언에 대해, 외교통상부 “지난해 미국 대선 때부터 민주당이 이야기해 온 입장을 재확인한 것”이라며 “따라서 우리 정부가 공식적으로 대응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말했다. 4월 임시국회에서 비준 동의안 처리를 추진하는 한나라당은 미국이 재협상을 요구하는 상황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서라도 먼저 비준해야 한다고 강조한 반면, 민주당을 비롯한 야당들은 비준안 강행처리 방침을 철회하라고 일제히 요구했다.
한편, 커크 지명자 인준 청문회에선 미국 의회가 에프티에이 비준동의를 한국의 쇠고기 시장 전면 개방과 연계시킬 가능성도 내비쳤다. 청문회를 주재한 막스 보커스 상원 재무위 위원장은 “한국은 모든 연령의 미국산 쇠고기를 받아들일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며 수입 쇠고기 연령 제한 철폐 여부가 의회 비준과정의 출발점이 될 것임을 강조했다.
이용인 기자, 워싱턴/류재훈 특파원
hooni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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