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아프간 관계 약사
오바마, 탈레반에 대화 제의
8월 대선전 정치 타협 모색
8월 대선전 정치 타협 모색
버럭 오바마 대통령이 6일 제시한 탈레반 포용 정책은 미국 아프간 전략의 근본적 전환을 예고하는 획기적 발상이다. 탈레반 세력을 사실상 알카에다와 동일시하던 관점을 수정하겠다는 것이다. 병력 증파를 통한 군사작전 일변도 정책이 실속도 크지 않은데다, 유럽의 동맹국들도 병력 증파 등에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는 현실론이 작용했을 것이다. 오바마 대통령이 지난달 국가안보회의에 지시한 ‘아프간 전략 전면 재검토’ 작업도 같은 맥락에서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오바마 대통령은 “아프간 상황은 이라크보다 훨씬 복잡하다”며 신중한 접근을 강조했다. 오바마 정부의 싱크탱크라고 할 수 있는 미국진보센터의 아프간 전문가 루벤 브리게티는 “아프간 문제 해결에 정치적 해법을 가져야 하는 것은 명백하다”며 “나 같아도 탈레반 일부 분파와의 대화를 포함해 어떤 카드도 (정책)테이블에서 배제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탈레반 온건세력과의 대화 시사는 전략적 전환이기도 하지만, 전술적 변화도 의미한다. 오바마 정부에 ‘아프팍(아프간-파키스탄) 정책’을 조언해온 전문가들 사이에선 ‘분할한 뒤 정복하라’는 차원에서, 탈레반의 하층 조직을 핵심에서 ‘떼어내는’ 것이 중요하다는 믿음이 커지고 있다고 <뉴욕 타임스>가 7일 보도했다.
<보스턴 글로브>는 8일 “미국이 이라크 전쟁에서 얻은 교훈 중 아프간에도 유용하게 적용될 수 있는” 두 가지를 제시했다. 우선, 탈레반 세력을 격퇴하려는 어떤 시도도 탈레반에 공포심을 갖고 있는 아프간 주민들을 보호하는 조처와 병행돼야 한다는 것이다. 또 다른 하나는 현재 탈레반의 동맹세력인 아프간 지역군벌과 토호, 부족 지도자들 중 상당수는 다양한 보상을 통해 탈레반으로부터 분리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아프간 정부의 한 전직 고문은 “아프간 민심을 되돌리는 핵심은 민중들로부터 신뢰 받고 일자리를 제공해 줄 수 있는 ‘합법 정부’를 세워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거론되는 가장 유력한 방법은 로버트 게이츠 국방장관이 말한 “아프간 정부와 탈레반 세력과의 합의”를 미국이 받아들이는 것이다. 그러나 아프간에서 어떤 탈레반 세력이 정치적 협상의 대상이 될 수 있는지를 판단하기란 참으로 난감하다. 뮬라 살람 등 서방에 협조적이었던 탈레반 지도자들의 실명이 거론되기도 하나, 이들 대부분은 부패와 무능으로 민심을 잃었던 인물들이다.
아프간은 오는 8월 대선을 앞두고 있어 그 전에 정치적 타협을 봐야 하나, 현 상황에서는 난망한 일이다. 미군 공습에 따른 민간인 사망에 분노하고 있는 아프간 주민들의 반미감정을 다독이는 것도 빼놓을 수 없다. 미국으로서는 갈길이 멀고, 시간도 없는 셈이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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