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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미국·중남미

미 CIA ‘고문 동영상’ 92개 소각 파기

등록 2009-03-03 21:10

9·11 피의자 등 조사과정 담겨…2005년 없애
부시 ‘반테러전쟁’ 치부 드러나…진상규명 여론
미국 중앙정보국(CIA)이 지난 2005년 100개 가까운 ‘고문 동영상’ 테이프를 소각한 것으로 확인됐다. 부시 행정부 8년이 막을 내린 지 두 달도 되지 않아, 고문과 인권 유린을 둘러싼 곪은 상처들이 드러나고 있다.

미국시민자유연맹(ACLU)이 중앙정보국을 상대로 낸 정보공개 청구 소송과 관련해, 중앙정보국은 법원에 “동영상 테이프 92개가 소각됐다(destroyed)”는 내용의 서면자료를 2일 제출했다. 몇백시간 분량의 ‘고문 증거자료’가 소각됐다는 논란은 제기된 바 있으나, 구체적인 테이프 개수가 제시된 것은 처음이다. 중앙정보국은 소각된 테이프의 목록, 담겨있었던 내용, 자료 열람자의 신상 등에 대한 추가 조사 등을 통해 ‘최대한 협조하겠다’고 약속했다.

2005년 11월 소각될 때까지 이 테이프들은 중앙정보국 동남아 타이 지부의 금고에 보관돼 있었다고 <뉴욕 타임스>가 3일 보도했다. 테이프에는 2001년 ‘9·11’ 피의자로 이곳에서 조사받은 알카에다 고위급 2명에 대한 조사 과정이 녹화돼 있었다. 조사 과정에는 ‘물 고문’ 등 가혹행위가 동원된 것으로 알려졌다. 마이클 헤이든 전 국장은 이 테이프가 중앙정보국 요원들이 함께 찍혀 신분이 노출된 “중대한 안보 위협”이었다고 소각 지시를 옹호한 바 있다.

소송을 낸 미국시민자유연맹의 암리트 싱 변호사는 “테이프의 개수만 봐도 소각이 우연이 아니었음을 알 수 있다. 불법 행위로 보이는 일의 증거를 고의적으로 없애려고 시도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2004년 미 법원은 관타나모 수용소의 수감자들을 어떻게 다뤘는지에 대한 증거자료를 모두 보존할 것을 명령한 바 있다. 그러나 2007년 12월 다른 재판에서 중앙정보국은 동영상 테이프 2개의 소각 사실을 시인하면서도 ‘관타나모 이송 이전이므로 문제 없다’고 버텼다. 중앙정보국 관료들은 6년 전부터 수감자에 대한 녹화는 하지 않고 있다고 주장한다.

지난해 1월 시작된 중앙정보국에 대한 연방검찰의 수사는 막바지에 이른 것으로 알려졌다. 존 더럼 연방검사는 주요 관련인물들에 대한 탐문수사를 거의 완료했다고 <워싱턴 포스트>가 3일 보도했다. 소각 지시를 내렸던 호세 로드리게스 당시 비밀활동부(NCS) 부장 등 중앙정보국 인사들은 기소하지 않을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대신 더럼 검사는 소각 행위가 “지저분하고 현명치 못한 일이지만, 명백한 법률 위반은 아니다”라고 조언한 중앙정보국의 법률고문들을 주목하고 있다고 신문은 전했다.

에릭 홀더 법무장관은 2일 “앞으로 법무부는 물고문을 결코 정당화하지도 합리화하지도 않을 것”이라고 역설하는 등, 최근 워싱턴 정가에서는 ‘과거사 진상 규명’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최근 <유에스에이 투데이>와 갤럽 여론조사에서 응답자 62%는 진상 조사를 지지한다고 밝혔다.

김외현 기자 osca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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