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금융위기의 진앙지인 미국이 2차 ‘오일 쇼크’ 이후 최악의 경제성장률을 기록했다. 미국 상무부는 지난해 4분기(10~12월) 경제성장률이 -3.8%로 나타났다고 30일 오전(현지시각) 발표했다. 이는 1982년 1분기(-6.4%) 이래 최저치로, 지난 3분기보다 3.3%포인트 급락한 수치다. 지난해 9월 리먼브러더스의 파산 신청으로 본격화한 금융위기가 경제 전반을 뒤덮기 시작한 4분기의 풍경이 여실히 드러난다. 지난해 연간 경제성장률은 1.3%로 나타나, 2001년 이후 최저를 기록했다.
이처럼 심각한 수준의 ‘마이너스 성장’은, 1930년대 대공황 이래 최악으로 평가되는 경제 현실을 여실히 보여주는 것이라고 <에이피>(AP) 통신이 평가했다. 주택 가격의 하락과 소비 감소, 기업투자 부진의 악순환이 성장률을 끌어내린 셈이다.
앞서 전문가들이 전망했던 성장률(-5~-4%)보다는 좋은 수치가 나왔음에도, 앞으로 몇달간은 한층 악화된 수치를 보게 될 것이란 예상이 지배적이다. 현 분기의 경기 후퇴 속도는 지난 분기보다 한층 빨라졌다는 관측도 나온다. 국제통화기금(IMF)이 28일 미국의 올해 경제성장률을 -1.6%로 내다보면서, 올해 성장률 또한 1982년(-1.9%) 이후 최악을 기록할 전망이다. 2007년 12월부터 시작된 경기후퇴도 대공황 이후 가장 길었던 1980년대 초반의 16개월을 넘어설 가능성이 높다.
류이근 김외현 기자 osca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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