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29일 백악관 이스트룸에서 낸시 펠로시 하원 의장(오른쪽 첫번째 여성) 등 의회 인사들에 둘러싸여 환하게 웃으면서 취임 뒤 처음으로 의회를 통과한 ‘임금차별 금지법’에 서명하고 있다. 워싱턴/AP 연합
[오바마 본격 행보]
부시 반대했던 여성운동계 숙원
임금차별시 시정요구 소송가능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첫 서명 법으로 진보적 성향의 법을 선택하는 한편, 월가를 질타하는 발언을 쏟아내 부시 행정부와는 확연히 달라진 모습을 보였다. 오바마 대통령은 29일 백악관 이스트룸에서 부인 미셸과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 및 여성운동가 등 150여명이 지켜보는 가운데 여성운동가들의 숙원인 임금차별 금지법에 서명했다. 그가 취임한 뒤 처음으로 서명한 이 법은, 조지 부시 전 대통령이 거부권 행사를 공언했던 진보 성향의 법이다. 이날부터 법이 효력을 갖게 되면서, 성별이나 인종·종교·나이·장애 등을 이유로 임금 차별을 당한 노동자들은 시한 없이 어느 때고 시정을 요구하는 소송을 낼 수 있게 됐다. 정식 명칭인 ‘레드베터 공정임금법’의 이름은, 굿이어타이어에서 19년 동안 일하다 퇴직하기 몇 달 전에야 같은 일을 하는 남자 동료들보다 15~45%의 임금을 적게 받았던 것을 알게 돼 소송을 제기했으나 너무 늦었다는 이유로 패소했던 릴리 레드베터(70)에서 유래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레드베터뿐 아니라 평생 은행원으로 일한 내 외할머니, 그리고 꿈에 한계가 없는 나라에서 자라길 바라는 나의 두 딸과 우리의 후손들을 위해 서명했다”고 말했다. 오바마의 취임식행 열차에도 동승했던 레드베터는 “굿이어가 나를 속이고 지급하지 않았던 돈은 한푼도 못 받게 됐지만, 법안 서명으로 더한 보상을 받았다”고 말하고, 이날 오바마가 서명한 펜을 선물로 받았다. 한편, 오바마 대통령은 같은날 “월가 사람들에게 필요한 것은 조심하는 모습, 기강이 잡히고 책임감 있는 모습”이라며, 월가 금융권을 직접적으로 비난했다. 그는 “무책임의 극치” “수치스러운 일” 등 강한 수식어를 동원해, 월가 금융인들이 지난해 연말 184억달러의 상여금을 챙겨간 것을 질타했다. <뉴욕 타임스>는 30일 이날 오바마의 발언이 “(월가를) 겨냥한 보기 드문 분노였다”고 전했다. 대선 때부터 금융계 경영진의 보수가 지나치게 많다고 비판해 온 오바마는, 이참에 비난 여론을 등에 업고 월가에 대한 고삐를 한층 죄겠다는 신호를 보낸 것으로 풀이된다. 앞으로 금융권에 대한 정책 운용에서 정권 출범 초기의 탄력을 잃지 않고자 함이다. 크리스 도드 상원 금융주택도시위원장(민주)은 “(상여금으로 지급된) 돈을 모두 돌려받을 수 있도록 모든 가능한 법적 조처를 강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워싱턴/류재훈 특파원, 김외현 기자 hoonie@hani.co.kr
임금차별시 시정요구 소송가능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첫 서명 법으로 진보적 성향의 법을 선택하는 한편, 월가를 질타하는 발언을 쏟아내 부시 행정부와는 확연히 달라진 모습을 보였다. 오바마 대통령은 29일 백악관 이스트룸에서 부인 미셸과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 및 여성운동가 등 150여명이 지켜보는 가운데 여성운동가들의 숙원인 임금차별 금지법에 서명했다. 그가 취임한 뒤 처음으로 서명한 이 법은, 조지 부시 전 대통령이 거부권 행사를 공언했던 진보 성향의 법이다. 이날부터 법이 효력을 갖게 되면서, 성별이나 인종·종교·나이·장애 등을 이유로 임금 차별을 당한 노동자들은 시한 없이 어느 때고 시정을 요구하는 소송을 낼 수 있게 됐다. 정식 명칭인 ‘레드베터 공정임금법’의 이름은, 굿이어타이어에서 19년 동안 일하다 퇴직하기 몇 달 전에야 같은 일을 하는 남자 동료들보다 15~45%의 임금을 적게 받았던 것을 알게 돼 소송을 제기했으나 너무 늦었다는 이유로 패소했던 릴리 레드베터(70)에서 유래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레드베터뿐 아니라 평생 은행원으로 일한 내 외할머니, 그리고 꿈에 한계가 없는 나라에서 자라길 바라는 나의 두 딸과 우리의 후손들을 위해 서명했다”고 말했다. 오바마의 취임식행 열차에도 동승했던 레드베터는 “굿이어가 나를 속이고 지급하지 않았던 돈은 한푼도 못 받게 됐지만, 법안 서명으로 더한 보상을 받았다”고 말하고, 이날 오바마가 서명한 펜을 선물로 받았다. 한편, 오바마 대통령은 같은날 “월가 사람들에게 필요한 것은 조심하는 모습, 기강이 잡히고 책임감 있는 모습”이라며, 월가 금융권을 직접적으로 비난했다. 그는 “무책임의 극치” “수치스러운 일” 등 강한 수식어를 동원해, 월가 금융인들이 지난해 연말 184억달러의 상여금을 챙겨간 것을 질타했다. <뉴욕 타임스>는 30일 이날 오바마의 발언이 “(월가를) 겨냥한 보기 드문 분노였다”고 전했다. 대선 때부터 금융계 경영진의 보수가 지나치게 많다고 비판해 온 오바마는, 이참에 비난 여론을 등에 업고 월가에 대한 고삐를 한층 죄겠다는 신호를 보낸 것으로 풀이된다. 앞으로 금융권에 대한 정책 운용에서 정권 출범 초기의 탄력을 잃지 않고자 함이다. 크리스 도드 상원 금융주택도시위원장(민주)은 “(상여금으로 지급된) 돈을 모두 돌려받을 수 있도록 모든 가능한 법적 조처를 강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워싱턴/류재훈 특파원, 김외현 기자 hooni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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