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테러 전쟁 무게중심 이라크서 이동 ‘가시화’
“카르자이 정부, 탈레반 제압에 무능” 강경 방침
“카르자이 정부, 탈레반 제압에 무능” 강경 방침
버락 오바마 미국 새 행정부가 테러와의 전쟁의 최전선을 이라크에서 아프가니스탄으로 옮기는 가시적 조처에 착수했다. 아프간 주둔 미군을 올해 안에 현재 3만4천명에서 6만명으로 증파해 ‘재건보다는 전투’에 초점을 맞추고, 탈레반 소탕에서 극도의 무능을 드러내온 현 카르자이 정부의 교체도 불사할 태세다. 한국에 대한 파병 압력도 커질 것으로 보인다.
로버트 게이츠 미 국방장관은 27일 상·하원 군사위원회에서 “미군의 최우선 목표는 아프간이 테러리스트나 극단주의자들이 미국과 동맹국을 공격하는 기지로 쓰이지 않도록 하는 것”이라고 분명히 했다. 게이츠 장관은 이날 의회에서 아프간에 올 봄 2개 전투여단을 증파하고 여름까지 1개 여단을 추가 파병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현재 우리의 최우선 국방 과제는 아프가니스탄”이라며 아프간 정책의 성공을 위해 목표를 명확히 제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백악관 고위 관리들은 이날 “오바마 대통령은 미국의 새 아프간 전략의 일환으로 하미드 카르자이 현 대통령에 대한 강경노선을 취할 작정이며, 이는 재건보다 전쟁 수행력을 강조하는 것”이라고 말했다고 <뉴욕 타임스>가 27일 보도했다. 이 관리들은, 카르자이 정부가 부패가 만연한데다 탈레반 세력의 주수입원인 마약거래를 통제하지 못하는 등 미국의 아프간 전략에 잠재적 방해물로 보인다고 말했다.
오바마 정부의 새 아프간 전략은, 조지 부시 전임 행정부가 중동의 ‘독재’ 정권을 친미 민주정부로 교체해 문제 지역을 안정화한다는 이른바 ‘민주주의 확산론’을 내세웠던 것과 달리, 테러리즘과 극단주의를 겨냥한 전투에 집중해 실현가능한 군사적 성과에 집중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한국 정부는 지방재건팀(PRT) 확대로 아프간 기여를 늘려나가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지만, 새로운 중동 정책의 초점을 아프간에서의 군사적 승리에 맞추고 있는 미국 정부가 파병 요청을 할 가능성은 점점 더 높아지고 있는 셈이다. 지난 21~23일 정부 실사단을 이끌고 아프간에 다녀온 이용준 외교통상부 차관보는 28일 기자들과 만나 “아프간에 대한 재건 지원을 확대하게 된다면 일단 지방재건팀을 확대하는 문제가 중점적 추진사항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며 “이번 협의 과정에서 파병에 관해 요청받거나 협의 또는 거론된 바 없다”고 말했다.
게이츠 장관은 “미국의 새로운 아프간 전략에서는 나토 동맹국들의 (아프간에 대한) 민간 차원의 지원이 필수적”이라며, 재건 사업은 나토의 유럽 동맹국들에 맡길 계획을 밝혔다.
그러나 미군을 6만여명 수준으로 증파한다고 해도 아프간 상황을 안정시킬 수 없다는 게 미국의 고민이다. 영국 <비비시>(BBC) 방송은 게이츠 장관이 지원부대가 확충되지 않은 상황에서 전투부대 증파의 무모함을 경고했다고 전했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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