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금융위기 덕분에…]
지난해만 23건 발각
지난해만 23건 발각
금융위기에 맞닥뜨린 투자자들이 자금 회수에 나서면서 폰지 등 미국의 금융 사기 발각 건수가 나날이 늘어나고 있다. 지난달 다단계 금융사기(폰지)로 드러난 ‘메이도프 사건’ 충격의 여파가 가라앉지 않고 있는 가운데, 이달에만 벌써 수백만달러 규모에 이르는 금융 사기 사건이 6건이나 발생했다.
미국 연방수사국(FBI)은 27일 플로리다주의 유명 헤지펀드 매니저 아서 네이들이 자수했다고 밝혔다. 지난 14일 가족들에게 유서 형태의 메모를 남긴 채 사라진 뒤 당국의 추적을 받아온 네이들은 2004년 이후 지난달까지 가짜 수익률 보고서에 근거해 투자 자금을 모아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미 증권거래소(SEC)는 네이들이 펀드 가치를 적어도 3억달러까지 부풀렸던 것으로 보고 있다.
같은 날 뉴욕 검찰은 하루 전 자수한 투자회사 운영자 니컬러스 커즈모를 기소했다. 커즈모는 투자자들에게 단기 대출 자금으로 연 48%의 높은 수익률을 약속해 2006~2008년 3억7000만 달러를 모았다. 그러나 실제 대출에 사용된 것은 1천만달러에 지나지 않았으며, 나머지는 중간 브로커 성과급과 기존 투자자들의 배당금으로 다 써버렸다. 현재 이 회사 계좌의 잔고엔 원금의 500분의1인 74만6천달러 뿐이다.
2007년 17건이었던 ‘폰지 사기’는 2008년엔 23건으로 늘었다. 2009년 들어서는 벌써 4건이 발각됐다. 1919년 전설적인 사기 행각을 벌인 이탈리아계 미국인 찰스 폰지의 이름을 딴 폰지 사기는 신규 투자자들로부터 돈을 모아 기존 투자자들에게 마치 수익인 것처럼 꾸미는 ‘돌려막기식’ 금융 사기다. 때문에 더이상 투자를 유치하지 못하거나 기존 투자자들이 갑작스레 투자금을 회수하면 무너지게 된다.
김외현 기자 osca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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