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외교협회는 “북정권 교체보다 변화 유도를” 보고서
힐러리 클린턴 미국 국무장관은 27일 북핵 6자 회담이 북핵 문제 해결에 “필수적”(essential)이라는 견해를 보여, 6자 회담을 지속적으로 추진할 것임을 밝혔다.
그는 이날 국무부 기자실에 들러 출입기자들과 한 간담회에서 “북한과의 6자 회담은 필수적이다”라며 “6자 회담은 북한의 핵프로그램과 북한과 관련된 다른 문제를 다루는 데도 회담 참가국들에 유용한 포럼이었을 뿐 아니라, 6자 회담 틀 안에서 양자 회담이 이뤄졌다”고 평가했다. 그는 이날 상원 인준청문회 발언이 북한과 핵무기 폐기 협상을 6자 회담이 아닌 방식으로 할 수 있음을 시사한 것이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6자 회담은 북-미 양자 회담뿐만 아니라 6자 회담 참가국들이 이 지역에 연관된 문제들을 논의하는 데도 유용했다”고 평가했다.
힐러리의 이런 발언은 버락 오바마 미국 새 행정부가 6자 회담 틀 속에서 북한과의 양자 대화를 추진할 것임을 내비친 것으로 풀이된다. 로버트 깁스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오후 정례 브리핑에서 “오바마 대통령은 핵확산 문제는 중요한 문제로 신속하게 대응해야 하고, 미국의 직접적인 외교가 필요할 때 관련국들간 외교를 통해 다뤄져야 한다고 믿고 있다”며 원칙적 견해를 거듭 강조했다.
외교 관련 민간기구인 미국 외교협회(CFR)도 27일 ‘북한 급변사태 대비’ 보고서를 통해 “미국은 북한 정권을 교체시키려 하기보다는 현재 김정일 정권의 행동 변화를 유도해야 한다”고 오바마 행정부에 권고했다. 폴 스테어스 외교협회 예방조처센터 국장과 조엘 위트 전 국무부 북한담당관이 공동으로 작성한 이 보고서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건강 악화를 계기로 북한의 급변사태 가능성에 대비할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보고서는 미국 정부에 북한에서 정권 교체를 추구하기보다 현 김정일 정권의 행동 변화를 유도하는 게 유용하다며, 이를 위해 북핵 6자 회담을 적극 활용할 것을 권고했다. 또 미국의 국익을 위해 일방적 행동이 꼭 필요하지 않다면 북한의 변화를 관리하는 주도권이 한국에 있음을 인정할 것, 중국을 비롯한 관련국과 긴밀히 협력할 것을 건의했다. 보고서는 미국의 구체적인 정책과 관련해, 대북 정보능력 강화와 북한과의 접촉 창구 유지를 권고하면서, 특히 한국전쟁 당시 숨진 미군 유해 발굴사업 재개가 도움이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손원제 기자 hoonie@hani.co.kr워싱턴/류재훈 특파원 hooni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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