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식 이모저모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역사적 취임식이 열린 20일 미국 주요 도시에는 취임식 장면을 생중계하는 대형 스크린이 비치됐고, 시민들은 스크린 앞에 몰려나와 환호와 박수로 첫 흑인 대통령을 맞이했다. 미국을 제외한 세계 전역에서 최소한 10억명 이상이 취임식을 지켜본 것으로 파악됐다. 워싱턴에 몰려든 200만명의 인파로 인해 통신량이 폭주하면서 곳곳에서 통신 두절 등이 잇따랐지만, 테러 등 별다른 불상사는 없었다.
◇…악성 뇌종양으로 투병 중인 에드워드 케네디(민주·매사추세츠) 상원의원이 의사당에서 열린 취임축하 오찬 도중 갑자기 쓰러져 병원으로 후송됐다. 케네디 의원은 즉시 구급차로 옮겨졌으며, 이때 의식을 회복한 것으로 전해졌다. 오바마 대통령은 “오늘은 기쁜 날이지만, 내 마음의 일부는 케네디 의원에게 쏠려 있다”며 안타까움을 표시했다. 부시 전 대통령은 취임식이 끝난 뒤, 미 의사당 옆에서 부인 로라 부시와 함께 대통령 전용헬기를 타고 취임식장을 떠났다. 이어 앤드루스 공군기지에서 환송식을 마치고 대통령 전용기인 ‘에어포스 원’에 올라 고향 텍사스로 향했다.
◇…취임식에서는 한때 어색한 순간이 연출됐다. 취임 선서문은 대법원장이 한 구절씩 읽어주면 새 대통령이 따라읽어야 한다. 그러나 존 로버츠 대법원장이 “나 버락 후세인 오바마는 엄숙히 선서한다”는 첫 구절을 아직 다 읽지 않았는데, 오바마가 끼어들면서부터 리듬이 깨졌다. “미국 대통령직을 성실히 수행할 것을”이란 두번째 구절을 따라하던 오바마는 잘 기억하지 못해 멈칫하고 빙긋 웃어보였다. 이에 끼어든 로버츠 대법원장이 다시 읽어준다는 게 순서가 다소 뒤죽박죽이었다.
◇…세계적인 ‘베스트 드레서’로 꼽히는 미셸 오바마 대통령 부인은 취임식에 ‘레몬그래스옐로’(초록빛이 감도는 연노랑) 색깔의 원피스와 코트를 입고 나왔다. 이른바 ‘명품 목록’에서는 볼 수 없는 쿠바계 디자이너 이사벨 톨레도가 디자인한 옷에 대중적인 중저가 브랜드 제이크루 장갑을 끼고 나와, 미셸은 이번에도 ‘명품 없이 패션계의 찬사를 받는 알뜰한 합리적 소비자’의 모습을 보여줬다.
◇…취임식 현장에는 할리우드 스타들도 총출동했다. 영화배우 리어나도 디캐프리오, 영화감독 스티븐 스필버그, 토크쇼 진행자 오프라 윈프리, ‘전설의 복서’ 무하마드 알리, 은퇴한 농구선수 매직 존슨 등도 자리를 빛냈다.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 주둔 미군들도 위성방송이나 인터넷을 통해 지켜보며, 오바마가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을 언급하는 장면에서 환호성을 내질렀다. 오바마가 폐쇄를 약속한 관타나모 기지 수용자들도 특별휴식 시간을 갖고, 오바마의 취임식 중계를 지켜봤다.
김외현 김순배 기자 osca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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