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대통령 취임]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취임과 함께 미국이 진정한 21세기의 출발을 다짐하며 새 시대의 문을 열었다. 첫 흑인 대통령을 맞이한 미국이 이민으로 출발한 역사를 새로이 쓰게 되면서, 9·11테러로 지체됐던 21세기를 비로소 시작하게 된 것이다.
하지만 대공황 이후 최대의 경제위기와 이라크·아프간 전쟁,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 등 엄청난 과제들은 초강대국 미국의 대결단을 요구하고 있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 스스로 “밤잠이 오지 않을 정도”라는 고백을 털어놓을 만큼 위기는 심각하다.
오바마는 초당적 행보와 중도개혁 지향의 태도로 응전하고 있다. 행정 경험이 전혀 없는 측근들에 둘러쌓였던 선거기간 때와는 달리 오바마 행정부의 고위직들은 대부분 빌 클린턴 행정부의 베테랑들로 채워졌다. 힐러리 클린턴을 국무장관에 중용하는 ‘경쟁자 내각’을 구성하는 용기를 보였고, 대선 경쟁자였던 존 매케인 상원의원에게 조언을 구하는가 하면, 부시 행정부의 로버트 게이츠 국방장관을 유임시키는 초당적 내각 구성에 대한 열의를 보였다.
이데올로기를 초월한 실용주의적 중도개혁자로 변신했다는 반응에 대해 오바마는 “목표와 비전에 기초해 시스템을 운영할 줄 아는 좋은 메카니즘을 구한 것”이라며 자신이 공약한 변화는 자신에게서 나오는 것이라는 웅변으로 답하고 있다. 다른 한편으로 그는 “오히려 더한 어려움이 닥칠 수 있다”며 현실적 목표에 대해 국민들의 동의를 구하면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국민과 정부의 책임감을 강조하고 있다.
오바마는 여당인 민주당이 상·하원을 확고히 장악하고 있는 데다, 80%에 육박하는 초유의 지지율을 얻고 있어 미국의 어느 대통령보다 강력한 대통령이 될 수 있는 기반을 갖췄다. 프린스턴대의 션 윌렌츠 역사학 교수는 “로널드 레이건 이래 오바마만큼 국민들을 설득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대통령은 없었으며, 그는 프랭클린 루스벨트 이래 오바마만큼 행정부를 재건할 가능성을 열어줄 국내외적 위기에 직면한 대통령은 없었다”며 “오바마 새 대통령이 대통령직을 일신할 수 있는 기회를 맞고 있다”고 말했다.
불확실한 미래의 무게만큼 버락 오바마 신임 미국 대통령에게 지워지는 기회와 도전도 커보인다.
워싱턴/류재훈 특파원 hooni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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