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퍼스트레이디 미셸 오바마가 남편 버락 오바마가 대통령으로 취임하는 20일 워싱턴 의사당에 마련된 취임식장에 도착해 국민들에게 손을 흔들고 있다. 워싱턴/AP 연합 미국의 퍼스트레이디 미셸 오바마가 남편 버락 오바마가 대통령으로 취임하는 20일 워싱턴 의사당에 마련된 취임식장에 도착해 국민들에게 손을 흔들고 있다. 워싱턴/AP 연합](http://img.hani.co.kr/imgdb/resize/2009/0121/03257090_20090121.jpg)
미국의 퍼스트레이디 미셸 오바마가 남편 버락 오바마가 대통령으로 취임하는 20일 워싱턴 의사당에 마련된 취임식장에 도착해 국민들에게 손을 흔들고 있다. 워싱턴/AP 연합
측근인사 정치 색채 강해 …‘힐러리처럼 목소리 낼 것’ 전망도
‘바쁘게 일하는 엄마이자, 운동과 건강식단을 챙기며 자기 관리도 잘하는 역할모델.’
백악관에 둥지를 튼 미국 역사상 첫 ‘흑인 퍼스트 레이디’인 미셸 오바마(45)가 대학시절 룸메이트였던 앤젤라 애크리 변호사에게 최근 털어놓은 ‘퍼스트 레이디’로서의 생활 목표다. 하버드 로스쿨 출신의 변호사로 시카고대학병원의 부원장을 역임한 커리어우먼이기보다는, 두 딸 말리아(10)와 사샤(7)를 돌보는 가정적인 안주인으로 남겠다는 굳은 의지로 읽힌다.
지난 선거에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주요 지지 기반은 변화와 개혁을 갈망하는 진보세력이었지만, 미셸의 이런 태도는 보수세력의 지지를 얻어내는 데도 한몫 거들었다. 백인 중산층 지역에 거주하면서 오바마를 찍지 않았다고 밝힌 한 미국인은 “미셸은 높은 수준의 교육을 받았는데도 균형을 잘 잡고 있다. 아이들에게 좋은 엄마이자 남편에게 좋은 아내가 되는 게 구닥다리처럼 들리지만 아주 중요한 일”이라며 미셸에게 지지를 보냈다고 <워싱턴 포스트>가 19일 보도했다.
반면 미셸이 엘리트 출신인데다 측근 인사들의 정치 색채가 강해, 과거 힐러리 클린턴처럼 정치적 영향력을 발휘하는 영부인이 되리라는 관측도 나온다. 미셸은 군인 가족과 맞벌이 부부 등을 지원하는 등 전통적 ‘퍼스트 레이디’ 역할을 수행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일반인들에게 백악관이 좀더 접근하기 쉬운 곳이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애크리 변호사는 “선거 전 미셸은 백악관을 지역 공동체, 특히 어린이들에게 개방하겠다고 말한 적이 있다”며, “말리아와 사샤의 친구들이 백악관을 꽤나 들락거릴 것이다. 이제 권력과 돈이 있는 집안 아이들 말고도 점점 많은 어린이들이 ‘나 백악관 가봤다’고 자랑하는 날이 올 것”이라고 말했다. 애크리는 “미셸이 유기농 식품을 신뢰하지만 유기농 식품을 살 형편이 못 되는 일반인들의 건강과 영양에 대해서도 걱정하는 퍼스트레이디가 될 것”이라며 “유기농 식품을 먹으러 백악관에 오는 아이들이 많아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무엇보다 첫 흑인 퍼스트 레이디의 역사적 의미는 작지 않다. 워싱턴 스미소니언 미국역사박물관의 퍼스트레이디관에는 벌써 미셸의 사진이 걸렸다. 미셸의 사진 맞은 편에 있는 조지 워싱턴 대통령(초대)의 부인 마사는 노예농장을 경영하며 흑인 노예를 부리던 인물이었고, 미셸 사진 위에 있는 제임스 포크 대통령(11대)의 부인 세라는 “노예든 하녀든 다 자기 역할에 맡게 태어난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오늘날 박물관을 찾는 이민자 2세들은 “이제야 나도 미국인이란 느낌이 든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김외현 기자 osca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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