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무장관 지명자 낙마·가자사태 항의시위 직면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당선자가 4일(현지시각) 워싱턴에 입성하면서, 지금까지 당선자로서 겪었던 것과는 다른 냉엄한 현실에 직면하고 있다.
오바마는 워싱턴에 입성한 이날 하루 동안 상무장관에 지명된 빌 리처드슨 뉴멕시코 주지사의 낙마 기자회견, 대규모 경기부양책의 의회 조기 통과에 반대하는 의회 지도부의 방송회견, 그리고 이스라엘의 가자 침공에 대한 미국의 태도에 항의하는 분노의 목소리에 대면해야 했다.
오바마는 이날 저녁 임시거처인 백악관 바로 옆 헤이애덤스 호텔에 도착해 운집한 시민들의 환호와 박수 환영을 받았으나, 이스라엘의 가자 침공에 항의하는 시위대의 성난 목소리도 함께 들어야 했다. 오바마는 또 특정 업체와의 유착 의혹과 관련해 연방대배심의 조사를 받는 리처드슨 상무장관 지명자가 입각 의사를 철회한다는 결정을 도리없이 받아들여야만 했다. 리처드슨의 중도하차는 단기간에 순조롭게 마친 것으로 평가된 행정부 조각 과정에 큰 허점이 있었음을 보여준다.
더 큰 문제는 다음주부터 시작될 인준청문회 과정에서 제2, 제3의 낙마자가 나오지 말라는 보장이 없다는 점이다. 뉴멕시코주의 컨설팅 건을 수주한 회사가 리처드슨에게 세 차례에 걸쳐 적어도 11만달러의 정치헌금을 했다는 의혹은 이미 지난 8월 언론에 보도된 바 있다.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 내정자도 개발업자의 이권 관련 법안을 통과시켜준 대가로 남편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의 재단을 통해 거액의 기부금을 받은 의혹이 있다고 <뉴욕 타임스>가 보도하는 등 일부 각료 지명자들에 대한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오바마는 5일 의회의 양당 지도자들을 만나 새 행정부가 마련한 경기부양책이 20일 취임식 이전에 의회를 통과하도록 협조를 당부한다. 그러나 민주·공화 양당의 상원 지도부가 조기 통과에 난색을 표해 2월 중순 이후로 미뤄질 가능성이 크다.
해리 리드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는 4일 경기부양책에 대한 신중한 접근을 내세우면서 “잘못된 시한 설정”에 반대한다는 뜻을 밝혔다. 스테니 호이어 상원 원내총무도 “가능한 한 빨리 해야 하지만 올바르게 해야 한다”며 6주 이상 시간이 걸릴 것임을 시사했다. 특히 미치 매코널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는 “서두르면 초당적 협조를 잃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오바마의 힘겨운 워싱턴 일정이 시작됐다.
워싱턴/류재훈 특파원 hooni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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