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워싱턴 입성…경기부양책 통과 우선추진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당선자가 4일 워싱턴 입성과 함께 사실상 업무개시를 예고해, 워싱턴 정가가 새 정부 출범 준비 분위기로 급격히 전환되고 있다.
고향인 하와이에서 13일 동안 휴식을 취한 오바마는 2일 오전 시카고에 도착해 이틀 동안 정권인수 준비상황에 대한 보고를 받은 뒤 4일 워싱턴으로 이동해, 백악관 건너편인 헤이애덤스 호텔에 머문다. 그는 오는 15일 백악관 영빈관인 블레어하우스로 입주한다.
그의 워싱턴 조기입성 이유는 두 딸 말리아(10)와 사샤(7)가 워싱턴의 시드웰프렌즈 초등학교에 입학하기 때문이다. 어쨌든 예상보다 이른 오바마의 워싱턴 입성은 새해 벽두부터 ‘오바마 시대’가 개막됐음을 알리는 상징적인 사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오바마는 워싱턴 도착 다음날인 5일 민주당의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과 해리 리드 상원 원내대표, 공화당의 미치 매코넬 상원 원내대표와 존 보너 하원 원내대표 등 양당의 지도부들과 만나 새 정부의 제1과제인 경제위기 극복을 위한 7750억달러 규모의 경기부양책 의회 통과 문제를 협의한다.
오바마가 개원을 하루 앞두고 의회 지도자들을 만나는 것은 사회간접자본 투자와 300만개 일자리 확충 등을 뼈대로 한 경기부양책을 강하게 밀어붙이겠다는 표시이다. 펠로시 등 민주당 의회 지도부도 오바마가 20일 취임식 직후 관련 법안에 서명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왔다. 그러나 공화당 쪽은 예산적자가 1조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경기부양 규모가 너무 크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어 의회 통과에 진통이 예상된다.
이와 관련해 하원 운영정책위는 마틴 펠드스틴 하버드대 경제학 교수, 클린턴 행정부에서 노동장관을 지낸 로버트 라이시 캘리포니아대 교수, 무디스 설립자이자 수석 경제분석가인 마크 잔디 등 미국 내 좌우를 망라한 최고 경제학자 5명을 출석시켜 경기부양에 대한 청문회를 열 예정이다.
상원에서도 8일 노동·교육·연금위원회가 톰 대슐 보건장관 지명자, 사법위원회가 첫 흑인 법무수장이 될 에릭 홀더 법무장관 지명자에 대한 청문회를 여는 등 오바마 내각 각료들에 대한 청문회가 줄을 이을 전망이다.
오바마가 묵을 헤이애덤스 호텔은 에이브러햄 링컨 대통령의 보좌관을 거쳐 국무장관을 지낸 존 헤이, 존 애덤스 대통령의 후손인 헨리 애덤스의 이름에서 유래했다. 두 사람이 1884년 이 부지를 매입해 만든 살롱은 시어도어 루스벨트 전 대통령과 소설가 마크 트웨인 등이 들르는 명소였다.
워싱턴/류재훈 특파원 hooni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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