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린 합참의장 “지역공동체에 기회 줄 것”
아프가니스탄 정부가 미국 지원 아래 지역 민병대를 양성해 탈레반 무장세력과의 전투에 나서게 될 것이라고 <월스트리트 저널>이 22일 보도했다. 이라크에서 아프간으로 대테러 전쟁의 무대를 옮기고 있는 미국이 이라크에서 활용했던 전법을 아프간으로 옮겨온 것이다.
몇 주 안에 아프간 동부 와르다크주에 꾸려지는 첫 민병대는 부족·종교·정치 지도자들의 ‘슈라’(회의)의 합의에 따라 선발·통제된다. 미군은 슈라를 통해 민병대에 자금을 지원하지만, 무기나 탄약을 제공하지는 않을 것으로 알려졌다. 와르다크주 정부는 과거 경제적 곤궁을 이유로 탈레반 무장대원이 됐던 젊은이들의 ‘전향’을 기대하고 있다.
미군 지휘관들은 내년 초 다른 지역에서도 민병대가 구성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지난 주말 아프간을 방문한 마이클 멀린 미 합참의장은 “앞으로 중앙 정부가 얼마나 강하게 될지는 아직 확신하기 힘들다”며 “(미국은) 지역 공동체와 부족들, 그들의 지도자에 기회를 주는 데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 정부가 ‘부패’와 ‘무능’을 이유로 따가운 눈총을 받는 데 대한 지적이다. 윌리엄 우드 아프간 주재 미국 대사는 “아프간은 역사적으로 지역 공동체가 자치를 해온 나라”라며 “오늘날 탈레반 무장세력에 맞서는 방법은 지역 공동체를 강화해 그들 스스로 마을과 농지, 산간을 지킬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미래를 낙관하기는 이르다. 과거에도 미국은 민병대 구성을 제안한 바 있으나, 하미드 카르자이 대통령이 지방 군벌화를 우려해 반대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나토 연합군 형태로 참전 중인 캐나다 정부도 역효과를 우려해 반대의 뜻을 밝혔다.
김외현 기자 osca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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