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이츠 국방장관 폐쇄 검토 지시
미국이 쿠바 관타나모 해군기지 감옥을 폐쇄하기 위한 절차에 착수했다.
로버트 게이츠 국방장관은 18일 참모들에게 버락 오바마 대통령 당선자의 첫 행정명령에 대비해 취임식 이전까지 폐쇄 방안을 검토하라고 지시했다고 <로이터> 통신 등이 보도했다.
제프 모렐 국방부 대변인은 “게이츠 장관이 관타나모 수용시설을 폐쇄하고 수감자들을 옮기기 위해, 또 위험한 인물들로부터 미 국민들을 보호하기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에 대한 계획 마련을 지시했다”고 설명했다.
관타나모 기지는 미국이 테러 용의자들을 임의로 붙잡아 불법구금하고 있는 군사시설로, 미국의 대표적인 인권침해 사례라는 비난을 받아왔다. 관타나모 감옥에는 아프가니스탄과 파키스탄 등 이슬람권에서 붙잡혀온 테러 용의자 225명이 길게는 7년째 아무런 사법 절차 없이 수감돼 있다. 오바마 당선자는 시사주간 <타임> 최신호 인터뷰에서는 “임기 첫 2년 안에 관타나모 감옥을 폐쇄하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로이터>는 관타나모 감옥을 폐쇄하는 것은 정부내 3개 관련부처가 연관된 “길고 복잡한 과정”이 될 것이라고 미 국방부 관리들의 말을 따 전했다. 게이츠 국방장관은 최근 관타나모 수감자들이 미국 안에서 안식처를 구하지 못하도록 하는 입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오바마 정부는 당장 수감자들의 이감 장소와 기소 대상자들의 민간법정 이관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석방이 결정된 수감자 60명은 본국으로 송환할 경우 고문을 받을 우려가 있어 이들을 받아줄 제3국을 물색해야 한다고 <워싱턴 포스트>가 19일 보도했다. 마구잡이로 붙잡아온 ‘테러리스트’들이 이제는 가둬둘 수도 풀어줄 수도 없는 ‘뜨거운 감자’가 된 셈이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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