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핵폭발·테러 등 10여가지 시나리오 대처
조지 부시 미국 행정부가 버락 오바마 대통령 당선자의 취임 초 전세계에서 벌어질 수 있는 위기를 담은 시나리오와 이에 대처할 방법을 쓴 ‘비상계획’을 준비하고 있다고 <뉴욕 타임스>가 17일 보도했다.
비상계획은 발생할 수도 있는 위기 사안으로 △북한의 핵폭발 △미국 컴퓨터 시스템에 대한 공격 △국외 미군 시설에 대한 테러 공습 △중동의 새로운 불안 사태 등 10여가지를 꼽고, 각각에 대한 대처 방안을 담고 있다. 부시 행정부가 준비하고 있는 비상 계획은 과거 어느 정부가 했던 것보다 훨씬 광범위한 수준이라고 신문은 평가했다.
부시 행정부가 준비하고 있는 것은 비상계획뿐만이 아니다. 미국 국토안보부는 현재 오바마 행정부의 각료들이 상원의 인준을 받는 동안 대신 역할을 맡게 될 관료 100여명을 대상으로 위기 대응 훈련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들 관료들은 대선 이전부터 퇴임할 각료들 곁에서 위기 대응 훈련을 수행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오바마의 정부 부처 평가팀을 불러 지금부터 오바마의 취임날(1월20일)까지 가상 훈련을 받게 하는 한편, 오바마 정권 인수위원회의 고위 관계자들을 1월12~13일로 예정된 국가 차원의 훈련에 참석시켜 국가 고위 지도자들이 단번에 암살됐을 경우에 대처하는 방식을 공유한다는 방침이다. 반테러 관련 고위 관계자들은 후임자들에게 현재 가장 큰 위협들이 무엇인지 개인 브리핑도 할 계획이다.
이런 방안은 부시와 오바마가 원활한 정권 인수가 이뤄질 수 있도록 협력하겠다고 밝힌 가운데 나왔다. 앞서 16일 부시는 <시엔엔>(CNN) 방송과 한 인터뷰에서 “우리는 그(오바마)가 성공하길 바라며, 정권 인수 과정이 순조롭게 진행되길 바란다”며 남은 임기 동안 자신이 최우선적으로 할 일은 오바마가 집권할 준비를 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정권 이양기의 변화 시기에는 테러 공격이 자주 발생했다.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이 막 취임했던 1993년엔 알카에다가 세계무역센터를 폭파시키려다 무산된 사건이 벌어졌으며, 2004년 스페인 마드리드 통근열차 테러 사건은 총선 사흘 전에 일어났다. 2007년 고든 브라운 영국 총리가 취임한 며칠 뒤에는 글래스고 공항에서 자살 폭탄테러 사건이 터지기도 했다. 이정애 기자 hongby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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