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를 ‘깜짝’ 방문한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오른쪽 두번째)이 14일 바그다드 국제공항에 도착해 라이언 크로커 이라크 주재 미국 대사(왼쪽 두번째)와 레이먼드 오디어노 이라크 주둔 미군 사령관(맨 왼쪽)을 만나 인사를 나누고 있다. 바그다드/AFP 연합
오바마 철군공약 의식 ‘정당성’ 내세우기 분석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이 퇴임을 37일 앞둔 14일, 이라크를 ‘깜짝’ 방문했다.
부시 대통령을 태운 대통령 전용기 에어포스원이 이날 오후 바그다드 국제공항에 착륙했다. 부시의 이라크 방문은 미국과 이라크의 안보협정 체결을 ‘자축’하기 위한 것으로, 부시는 이라크 지도자들과 이라크 주재 미국 당국자들과 만날 예정이라고 <에이피> 통신은 전했다. 부시의 이라크 방문은 이번이 네번째이자 사실상 임기 중 마지막이다. 부시는 이라크 조기 철군 공약을 내세웠던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 당선자에게 다음달 20일 백악관을 내줘야 한다.
부시의 이날 방문은 버락 오바마 차기 행정부에 유임된 로버트 게이츠 국방장관이 이라크 중부 군사기지를 예고 없이 방문한 다음날 이뤄져 더 관심을 끈다. 오바마 대통령 당선자가 취임 뒤 1년 안에 이라크 주둔 미군을 철수시키겠다고 공약한 데다, 최근 이라크 정부가 최종 승인한 미-이라크 안보협정에 따라 내년 여름 주요 도시에서 미군 전투병력을 철수시키는 것으로 미군 철수가 시작될 전망이기 때문이다. 자신의 재임 기간 동안 이라크 전쟁을 치렀던 만큼, 부시로서는 전쟁의 성과를 강조해야 할 필요성을 느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하지만 레드카펫 환영으로 시작된 부시의 자축 방문은 사실상 “승리 없는 승리”의 현장이었다고 <에이피> 통신은 전했다. 부시는 이라크 전쟁의 명분이 됐던 대량살상무기가 발견되지 않은 뒤에도 미국인을 보호하고, 대테러 전쟁을 수행하기 위해선 전쟁이 필수였다며 정당성을 주장해 왔다. 그러나 정작 이라크의 치안 상황이 안정되고 있다고 강조하는 이날 방문 계획은 안전 등의 이유로 ‘극비’에 부쳐졌다. 미 행정부는 부시가 휴일을 맞아 워싱턴 시내에서 열리는 크리스마스 축하 행사에 참석할 계획이라고 ‘연막’을 쳤고, 동행취재 기자들에게도 이 사실을 알리지 못하도록 조처했다.
미-이라크 안보협정은 이라크 내 400여개 기지에 주둔하고 있는 15만명의 미군이 2011년까지 이라크에서 완전히 철수하며, 전투 병력은 내년 6월30일 전까지 이라크의 모든 도시와 마을에서 철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레이먼드 오디어노 이라크 주둔 미군 사령관은 이날, 내년 여름 이후에도 이라크 주요 도시의 기지에 수천명의 미군 병력을 남겨둘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남은 미군 병력은 현지 군·경의 훈련 임무를 맡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정애 기자 hongby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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