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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상원 자동차구제법안 거부
오바마 취임 전 자금투입 사실상 어려울 듯
백악관 “대안 검토”…연준 자체지원 불투명
오바마 취임 전 자금투입 사실상 어려울 듯
백악관 “대안 검토”…연준 자체지원 불투명
미국 자동차업계 구제금융 법안이 상원에 상정조차 되지 못하고 좌절되면서, 자동차 회사들은 사실상 파산의 외길로 몰리고 있다. 조지 부시 대통령의 결단이 없는 한, 다음달 버락 오바마 대통령 당선자의 취임까지는 자금 투입을 기대하기 사실상 어려울 전망이다.
11일 표결에서 법안이 거부된 뒤 해리 리드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는, 상원이 휴회에 들어가 내년 1월6일 새 회기가 시작될 때까지 의안 검토 일정이 없다고 밝혔다. 만에 하나 지난 10월 금융권 구제금융안(TARP) 때처럼 수정안이 나온다 해도, 상원의원 60명의 지지를 얻지 못하면 또 상정부터 무산될 수밖에 없다.
수정안은 전날 237 대 170으로 이 법안을 통과시켰던 하원에서도 낙관하기 힘든 분위기다. 지난 9월 하원은 재무부의 금융권 구제금융안을 부결시켰다가 수정안이 상원에서 통과되자 ‘대세’를 받아들인 바 있다. 그러나 최근 이 구제금융이 효과가 없었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회의감과 불만이 확산되고 있다. 구제금융을 지지하는 민주당이 다수이긴 하지만, 임기 말에 적극적인 움직임이 나올지는 미지수다.
의회 통과 절차 없이 자금 집행이 가능한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손길을 기대하는 여론도 있다. 연준이 자동차 업계 파산이 불러올 막대한 경제적 여파를 방치할 수는 없을 것이란 근거에서다. 연준은 지금까지 가타부타 언급이 없었지만, 자동차 업계가 어떤 형태든 구제금융을 받으면 다른 업종과의 형평성 논란을 피할 수 없다.
그나마 실행할 수 있는 카드를 쥔 것은 부시 대통령 뿐이다. 행정부 수장으로서 의회 승인을 이미 받은 금융권 구제금융의 일부를 동원해 자동차 업계를 돕는 것이다. 부시와 공화당이 한목소리로 반대해 온 방안이라, 부시로선 자신의 말을 뒤집고 정치적 고립을 각오해야 한다. 그렇다고 임기 중에 주요 산업이 파산하는 것을 외면할 수도 없다. 데이나 페리노 백악관 대변인은 12일 오전 “현재 미국 경제의 취약성을 고려하면 금융권 구제금융의 용도 변경을 포함하는 모든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 자동차 회사들 가운데 제너럴모터스(GM)와 크라이슬러는 현금 유동성 부족이 심각해, 이달 중 자금 지원을 받지 못하면 파산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두 회사는 이미 파산 절차 검토에 들어갔다. 앞서 구제금융 법안 통과를 위해 구조조정을 동반하는 자구책을 내놓으면서, 더 물러설 곳도 사실상 없다. 지엠 이사회 등에서는 ‘파산한 회사의 차량은 아무도 사지 않아 매출이 줄고 수익이 줄어드는 악순환이 올 것’이라며 파산보호 신청을 반대한다. 하지만 두 회사의 파산을 우려한 납품업체들이 장기 신용거래를 거부하면서, 유동성 악화는 되레 속도를 내고 있다.
‘기적’을 바라는 목소리도 있다. <월스트리트 저널>은 12일 “한 회사라도 벼랑 끝에 내몰리면 의회가 더 빨리 움직일 수도 있다”면서도 “그러나 가능성은 요원해 보인다”고 전했다. 김외현 기자 osca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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