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시 잭슨 2세 미국 하원의원(맨 오른쪽)이 10일 워싱턴 의사당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결백을 주장하고 있다. 잭슨 의원은 버락 오바마 대통령 당선자의 후임 상원의원직을 돈을 받고 팔려한 라드 블라고예비치 일리노이 주지사와 상원의원직을 흥정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워싱턴/AFP 연합
제시 잭슨=인권운동가 잭슨 목사 장남
검찰 “주지사에 50만달러 제안” …잭슨, 전면 부인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당선자의 후임 상원의원 자리를 돈을 받고 팔려 한 라드 블라고예비치 일리노이 주지사와 흥정을 벌인 후보 중에는 제시 잭슨 2세(43) 하원의원이 포함됐다고 검찰이 10일 밝혔다. 사실로 확인될 경우, 기성 정치권의 부패에 맞선 개혁적 정치인의 이미지를 구축했던 잭슨 의원이 파멸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블라고예비치에 대한 기소장을 보면, 그는 지난 10월31일 미 연방수사국(FBI)에 감청된 대화에서 “상원의원 후보 5번이 50만달러를 주겠다고 접근해 왔는데, 또다른 밀사를 보내 상원의원을 시켜주면 100만달러를 주겠다고 했다”고 말했다. 지난 4일 감청된 대화에서도 그는 측근에게 후보 5번을 “낙점했다”며 “며칠 안에 만날 예정이고 선금을 쥘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블라예고비치는 지난 8일 잭슨 의원과 4년 만에 처음으로 만나 90분 동안 상원의원 지명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이를 지켜본 연방수사국은 다음날 아침 블라예고비치를 전격 체포해 기소했다. 잭슨은 감청록에 등장하는 후보 6명 중 유일하게 연방수사국의 출두요청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잭슨 의원은 10일 기자회견을 열어 “주지사에게 상원의원 자리를 놓고 메시지나 밀사를 보낸 적이 없다”며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그는 “수사에 적극 협조할 것”이라며 “(인선과정이) 공정하고, 주지사가 나와 다른 후보들을 평가하고 있다고 잘못 생각했다”고 말했다.
대선에도 출마했던 흑인 민권변호사 제시 잭슨 목사의 장남인 잭슨 의원은 아버지의 후광을 업고 지난 1995년 30살의 나이에 시카고에서 하원의원에 당선됐다. 그는 지난 11월 총선에서 8선에 성공하며, 아버지 이미지의 굴레를 벗고 스스로 장래가 촉망받는 개혁적 흑인 정치인으로 급성장했다. 지난 7월 아버지가 오바마에 대한 망언을 하자, 이를 규탄하는 성명을 발표할 정도로 오바마와 친분도 각별했다. 올해 대선에선 오바마 선거대책본부 공동의장을 맡았다. 잭슨이 오바마 후임 상원의원 자리를 기대했던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다.
전날 보석으로 풀려난 블라예고비치는 52살 생일을 맞은 10일 주지사 사무실에 출근해 사임 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했다. 오바마는 대변인 성명을 통해 그에게 즉각 사임할 것을 요구했다. 그는 자신과 관련된 의혹에 대해 “나는 블라고예비치와 이 문제(상원의원 후임)를 놓고, 얘기를 나눈 적이 없다”고 부인했다. 민주당 상원의원 50명도 사임촉구 서한에 서명하는 등 압박은 가중되고 있다.
워싱턴/류재훈 특파원 hooni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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