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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미국·중남미

미 보수진영 ‘자동차노동자 때리기

등록 2008-12-10 20:04

헤리티지 등 “빅3 시간당 73달러 고임금” 잇단 주장
실제 분석 결과 ‘퇴직자 보험료 등 포함한 수치’
미국 자동차 3사(빅3) 지원법안이 의회 표결을 앞둔 가운데, 미 보수진영의 ‘자동차 노조 때리기’가 한창이다. “아무리 깎아줘도 미국 차는 안 산다”는 소비자 외면의 본질적 이유는 제쳐두고, 노동자들의 높은 인건비가 자동차 업계의 위기를 불러왔다는 ‘마녀사냥’식 비판을 가하고 있다.

지난 4일 <뉴욕 타임스>가, 미 자동차 3사가 연금 등을 포함해 시간당 73달러의 인건비를 지급하는 반면, 미국 도요타 공장의 1인당 인건비는 시간당 45달러 수준에 불과하다고 보도한 게 논란의 ‘불’을 당겼다. 이어 8일, 보수 싱크탱크 헤리티지연구소의 제임스 셔크 연구원도 자동차 노조원이 받는 인건비가 시간당 70달러에 이른다고 밝혔다. 그는 “시간당 급여가 평균 25.3달러에 불과한 미 노동자의 세금으로 그들(자동차 노동자)에게 혜택을 준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며 “자동차 회사들이 파산보호신청을 내도록 유도해 노동 계약을 재조정하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민주당의 보브 케이시 상원의원은 “(이런 지적이) 국민들이 오해하도록 고의적, 계획적으로 곡해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73달러’ 인건비의 허구성은 딘 베이커 미국경제정책연구센터 소장의 분석에서 조목조목 드러난다. 그는 지엠 노동자의 기본급여(시간당 28달러)와 건강보험료(1인당 연간 1만2천달러 기준 시간당 6달러), 연금 비용(최대 기본급여의 25% 기준 시간당 7달러) 등을 모두 합쳐봐야 41달러밖에 되지 않는다고 반박한다. 73달러란 터무니없는 수치가 나온 것은 현재 일하는 노동자뿐 아니라 퇴직 노동자의 보험료와 연금 비용까지 포함됐기 때문이란 설명이다.

미국 자동차노조(UAW)가 밝힌 바에 따르면, 2003~2006년 자동차 노동자의 임금 상승률은 전체 민간 부문과 동일한 9%에 그쳤다. 새 차 한대 가격에 포함된 노동 비용 역시 8.4%로 크게 높지 않았다. 원자재·디자인·운반·마케팅에 소용되는 비용이 대부분으로, 경영 전략의 실패가 위기의 원인임을 드러냈다.

자동차 3사도 의회에 제출한 자구책에 대량 감원 계획이 담아, 노조원에게 책임을 돌렸다. 로버트 라이시 전 노동부 장관은 최근 자신의 블로그(http://robertreich.blogspot.com)에서 “미 정부가 빅3를 구제하는 까닭은 일자리를 지켜 대량 실업에 따른 사회적 비용을 줄이기 위한 것인데, 자동차 3사가 비용 감축을 위해 감원을 약속하는 것은 역설적”이라고 비판했다.

높은 인건비에 대한 사회적 지탄에 미 자동차노조는 △퇴직자 건강보험료 지급 유예 △실직 노동자에 연봉의 95%까지 최장 2년간 지급하는 일자리 은행제도 일시 중지 등을 양보한 상태다.

조너선 커틀러 웨슬리안 대학 교수는 지난 6일 <로스앤젤레스 타임스> 기고를 통해, “노조 때문에 빅3의 경쟁력이 떨어진다고 비난할 게 아니라, 노조가 없는 미국 내 외국계 자동차 공장들에 노조가 설립되도록 하는 것이 진정한 해결책”이라고 지적했다. 노조의 결성과 활동은 그 자체만으로도 사회적 성과라는 의미다.


이정애 기자 hongby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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