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타나모 군사위 재판 인정 안해
반미 이슬람 저항세력의 ‘순교 정신’이 미국의 군사법정을 무력하게 만들고 있다. 9·11 테러 관련 혐의로 미국령 쿠바 관타나모 기지에 수감된 칼리드 셰이크 모하메드 등 5명의 피고인들이 8일 자신들의 재판을 진행중인 미 군사위원회에 변론을 포기하고 모든 피의 사실을 인정하겠다는 뜻을 밝혔다고 <뉴욕 타임스> 등이 9일 보도했다. 9·11테러를 주도적으로 기획한 혐의를 받고 있는 모하메드는 유죄가 확정될 경우 사형이 선고될 가능성이 크며, 다른 피고들도 중형을 피하기 힘들다.
이들이 법원이 지명한 변호사까지 거부하고 유죄를 인정하겠다고 밝힌 것은 사실상 미국의 관타나모 군사위원회를 인정하지 않으며 더 이상의 심리를 거부하겠다는 뜻이어서, 이들에 대한 사법 절차의 정당성을 놓고 또다시 논란이 일 전망이다. <크리스찬 사이언스 모니터>는 “9·11 피의자들이 조지 부시 정권의 흔들리는 사법제도에 또 한번의 타격을 가했다”고 평가했다. 미국 터프츠대의 허스트 하눔 국제법 교수는 “사법제도가 이들의 자살(순교)을 도와주는 것으로 비치지 않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미 군사위원회 재판관인 스티븐 헨리 대령은 이들의 유죄 인정을 받아들이기 앞서 법정이 이 문제를 어떻게 다뤄야 할지에 대한 법률 검토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헨리 재판관이 피고인 중 2명은 정신감정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 유죄 인정 의사를 제기할 수 없다고 조건을 달자, 모하메드는 동료 피고들과 함께 기다리겠다고 밝혔다. 모하메드는 지난 4일 미국 대선일에 피고들이 모든 자기방어권을 포기하기로 결심했다고 밝혔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 당선자는 민간인에 대한 군사위원회의 재판을 반대하고 관타나모 기지 폐쇄를 주장해왔다.
관타나모 군사법정은 지금까지 3건의 유죄 평결을 내렸으나 가혹한 심문으로 얻어진 진술과 소문을 증거로 채택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특히 미국 정부는 모하메드에 대해서도 물고문 등 가혹한 심문 사실을 인정한 바 있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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