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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미국·중남미

오바마 ‘아프간 수렁’에 빠질라

등록 2008-12-03 19:48수정 2008-12-03 2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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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형 험준·정부 취약…“현지 군세력 이용해야” 대안도
아프가니스탄이 미국에게는 ‘또 하나의 무덤’이 될 것인가.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당선자는 선거 기간 때부터 ‘테러와의 전쟁’의 주무대를 이라크에서 아프간으로 옮겨야 한다며, 이라크 주둔 미군 철수와 아프간 병력 증파를 공약으로 내놓았다. 아프간 증파는 오바마 정부의 외교안보 정책 가운데 가장 공격적인 정책이다. 오바마 정권인수팀은 공식 웹사이트(change.gov)에서도 ‘아프가니스탄과 파키스탄’을 외교정책 분야의 7개 주요 현안들 가운데 맨 앞에 내세웠다. “최대의 안보 위협인 이 지역의 알카에다와 탈레반에 미국의 자원을 재집중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아프간에서의 대테러전이 이라크에 이어 또다시 미국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지적이 잇따라 나오고 있다.아프간은 제국주의 시대 이후 영국, 소련 등 열강들의 발목을 잡은 수렁이다. 1979년 아프간 침공은 소련의 몰락을 제촉했다.

아프간은 많은 점에서 이라크와는 상황이 다르다. 아프간은 이라크보다 훨씬 영토가 넓은데다, 무장세력은 주로 농촌 지역이나 인접국 파키스탄을 본거지로 삼고 있다. 취약한 중앙 정부와 강력한 부족 세력, 열악한 사회 인프라, 험준한 지형도 현대적 정규전 위주의 첨단무기로 무장한 미군을 무력화하는 요인들이다. 미국의 군사 전문가들은 “아프간 미군 강화가 2007년 이후 이라크 미군 증강으로 거둔 신속한 전황 호전으로 이어지진 않을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고 <뉴욕 타임스>가 2일 보도했다.

아프간의 이슬람 무장세력은 갈수록 기세를 올리고 있다. 지난 8~10월 아프간 무장단체들의 하루 평균 공격 빈도는 2003년 미국의 이라크 점령 이후 최초로 이라크 저항세력의 공격 횟수를 넘어섰다. 대테러전 관련 사상자 통계 사이트인 아이캐주얼티(icasualties.org)의 집계를 보면, 아프간 파병 연합군 사망자는 2001년 12명이었으나 2005년부터 급증해 올 들어 3일 현재 268명이 숨졌다.

미국 보스턴대의 앤드루 바세비치 국제관계학 교수는 <뉴스위크> 최신호 기고에서 “미국과 동맹국이 아프간에서 잘못된 임무를 위해 잘못된 수단을 사용하고 있다”며 “아프간에서의 지금까지 군사작전은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을 파키스탄 국경 너머로 축출하는 값싼 방식이었지만, 아프간 안정화 노력이 결과적으로 파키스탄의 불안정에 기여한 꼴”이라고 지적했다.

바세비치 교수는 아프간에서 테러리스트와의 전쟁을 ‘아웃소싱‘하는 방식으로 전략을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프간에서 실질적인 영향력을 갖고 있는 현지 부족 지도자들이나 군벌 세력이 서방 전투부대보다 값싸고 효율적으로 미국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며 “그들에게 자금을 제공해 대테러전을 대신 치르게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또 “아프간 군벌이 미국의 충성스런 파트너가 되리라고 맹신해선 안되며, 미국 정보기관들은 아프간에 대한 밀착감시를 계속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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