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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류재훈 특파원
노선보다 경험 우대…“내 비전 시행할 이들” 자신감
버락 오바마는 진보 대통령인가, 중도우파 대통령인가?
내년 1월20일 오바마 행정부 출범을 앞두고 미국에서 유례없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각료 인선은 이데올로기보다는 경험에 강조점을 뒀다. 티모시 가이트너 재무장관,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 로버트 게이츠 국방장관, 제임스 존스 국가안보보좌관 등 실용주의적, 중도우파적 인사들이 요직을 맡았다. 오바마보다 생일이 14일 늦은 가이트너를 빼면 모두 오바마가 대학을 다니던 ‘애송이’ 시절부터 이미 각 분야에서 잔뼈가 굵은 경험많은 인사들이다.
조지 부시 행정부의 백악관 정치고문 칼 로브나 <월스트리트저널>과 같은 보수 진영에서도 “미국 공직사회에서 가장 능력있고, 존경받는 인물들”이라는 이례적인 찬사를 보낸다. 한마디로 스타군단이다.
하지만 오바마의 당선을 위해 거리로 나섰던 진보적 지지층에서는 “힐러리를 국무장관으로 만들고, 클린턴 행정부 인사들을 재등장시키기 위한 운동은 아니었다”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미국 역사상 가장 진보적 선거운동으로 당선된 오바마에게 기대했던 모습은 결코 아니었을 것이다. 그러나 오바마는 지난 26일 기자회견에서 “우리가 나아갈 변화의 비전을 제시하는 것이 내 일이고, 나의 팀이 이를 실현하도록 보장하는 것도 내 일”이라며 우려를 일축했다.
지역운동가 출신의 첫 대통령답게 오바마는 상원의원 시절에도 똑똑한 사람들을 한 방에 모아놓고 토론을 벌이며 생각이 다른 의견을 듣기 좋아했다. 그는 ‘최고의 경청자’라는 특별한 자질을 가진 인물이다. 오바마 대선 승리의 일등공신으로 백악관 선임고문에 내정된 데이비드 액설로드는 최근 <에이비시>(abc) 방송에 나와 “오바마는 강한 의견을 요청하는 사람이고, 이는 그의 리더십의 가장 중요한 요소”라고 말했다.
오바마는 자신이 부리는 사람들이 ‘변화’의 희망을 전달하고 실행에 옮기기만 한다면, 자신과 똑같을 필요는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액설로드의 말을 빌리자면, “오바마는 자신에게 비전을 제시해줄 사람이나 ‘화분 속의 꽃’을 찾은 것이 아니라, 자신의 비전을 실행에 옮겨줄 사람”들로 행정부를 꾸린 것이다. 오바마가 꾸린 ‘미국 최고의 자문단’은 각 분야 최고의 전문가들이다. 오바마는 나약한 진보주의자도, 경험 없다고 무시할 수 있는 신출내기도 아니다. 물론 워싱턴의 기성 정치인들을 선거기간 동안 공약했던 ‘변화’의 전도사로 만드는 일은 오바마에게 쉽지 않은 정치적 도박일 수 있다.
<전략적 대통령학>을 쓴 조지메이슨대학의 제임스 피프너 교수는 “대통령은 다양한 대안적 시각을 접할 수 있어야 하며, 자신이 동의하지 않는 사람들에게 휘둘리지 않을 만큼 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청와대 안팎에 듣기 좋은 말만 하는 인사들을 모아놓고 이제 와서 “제대로 못 한다”고 질책하는 대한민국 대통령을 멀리서 지켜보면서, 오바마가 보여줄 21세기 새로운 리더십을 더욱 기대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워싱턴/류재훈 특파원 hoonie@hani.co.kr
워싱턴/류재훈 특파원 hooni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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