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 볼커(81)
81살 ‘원로’ 경제회복자문위 의장으로 합류
1970년대 말 미국 경제의 고질적 인플레이션을 잡았던 폴 볼커(81) 전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연준) 의장이 버락 오바마 새 행정부의 경제팀에 합류했다.
오바마 당선자는 26일 신설된 경제회복자문위원회(ERAB) 의장에 ‘원로’인 볼커를 내정하면서 “확고하면서도 독립적인 판단”을 최고의 장점으로 꼽았다. 그는 또 “(공격할 때) 사정을 봐주지 않는 아주 고집있는 인물”이라며 그의 날카로운 조언을 높이 평가했다.
볼커는 오바마 캠프의 수석경제자문역이던 오스탄 굴스비(39) 시카고대 경제학 교수가 다리를 놓아, 선거기간 내내 일주일에 두세 차례 오바마에게 ‘특별 과외’를 해왔다. 지난 3월 뉴욕 쿠퍼유니온대에서 오바마가 금융규제 완화의 폐해를 지적한 연설문도 볼커가 감수했다고 인수위 관계자들은 전했다.
연준 의장(1979~87) 시절 그는 이자율을 최고 20.5%까지 올리는 고집스런 고금리 정책을 펼쳤다. 노조와 의회, 행정부 등의 극심한 반대가 있었으나, 인플레이션을 잡아 90년대 경제붐의 초석이 됐음을 이제는 누구나 인정한다. 연준이 인플레이션의 버팀목이라는 명성을 얻게 된 것도 그의 이런 고집 때문이다. 하지만 고금리로 인해 11%까지 치솟은 실업률은 볼커를 임명했던 지미 카터 당시 대통령이 재선에 실패한 이유중 하나로 꼽힌다. 그는 감세와 재정적자 문제로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과 충돌하기도 했다.
프린스턴대와 하버드대, 런던정경대학(LSE)에서 경제학을 전공한 볼커는 1952년 경제분석가로 연준에 첫발을 내디뎠다. 1971년엔 미 재무부 국제경제담당 차관으로 브레턴우즈체제의 붕괴를 가져온 달러-금 태환의 폐지 결정에 중요한 역할을 담당했다. 1975년부터 4년간 뉴욕연방준비은행 총재를 거쳐 연준 의장에 발탁됐다. 연준을 떠난 뒤에도 돈벌이보다는 경제자문을 계속해 온 볼커는 유엔의 이라크 석유-식량프로그램 부패 조사위, 엔론조사위 등에 참여해 초당적이고 국제적인 인물로 명성을 쌓아왔다. 볼커의 합류로 로버트 루빈 전 재무장관 사단 일색인 오바마 경제팀에 중량감이 더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워싱턴/류재훈 특파원 hooni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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