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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미국·중남미

‘진보’보다 ‘현실’ 앞세운오바마 외교라인

등록 2008-11-26 20:48수정 2008-11-26 22:58

제임스 존스 / 로버트 게이츠
제임스 존스 / 로버트 게이츠
전 나토사령관 존스 국가안보보좌관 내정
게이츠 국방도 유임…진보진영 ‘실망’ 반응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당선자의 외교안보팀이 진보적 색채를 띨 것이란 예상과 달리 주로 ‘현실주의자’들로 채워지고 있다.

오바마는 힐러리 클린턴 상원의원을 국무장관에 내정한 데 이어, 25일 로버트 게이츠 현 국방장관을 유임시키기로 했다. 국가안보보좌관에는 제임스 존스 전 나토군 사령관이 내정됐다. 중앙정보국(CIA) 고위간부 출신으로 오바마 정권인수팀의 정보분야 보좌관인 존 브레넌은 유력한 중앙정보국장 후보였으나 25일 인권단체 등의 반발로 중도하차했다. 국가정보국(DNI) 국장에는 미군 태평양사령부 사령관을 지낸 데니스 블레어가 유력하다. 오바마 외교안보팀의 틀을 짜고 있는 브렌트 스코크로프트 전 국가안보보좌관은 현실주의 외교의 수장이다.

최근 수십년 동안 미국 외교정책은 다자주의적 접근을 강조하는 ‘진보적 국제주의’, 거래를 통해 국익과 안정적 국제질서를 추구하는 ‘현실주의’, 군사적 강경책을 강조하는 네오콘 등 세 그룹이 주도권을 다퉈왔다. 영국 <비비시>(BBC) 방송은 24일 “오바마의 외교정책이 현실주의와 진보주의 중 어느 쪽을 향할지 불분명하다”며 “이런 불확실성 때문에 전문가들도 오바마 외교정책의 성공 가능성에 대한 판단을 보류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진보 성향의 오바마 지지자들은 ‘실망스럽다’며 우려와 비판을 쏟아내고 있다. 반면, 네오콘을 비롯한 보수 진영에선 ‘예상보다 나쁘지 않다’며 반기는 모습이다.

네오콘의 기관지 격인 <위클리 스탠더드>의 온라인판 편집장 출신으로 존 매케인 후보 캠프에 합류했던 마이클 골드파브는 지난 22일 자신의 블로그에서 “오바마팀의 외교정책 분야에서 진보주의자들은 이미 변두리로 밀렸거나 쫓겨난 것 같다”고 분석했다.

진보성향 블로그 ‘오픈레프트’ 운영자인 크리스 바워는 “모든 사람이 오바마의 ‘팀 오브 라이벌스’ 구호에 현혹됐지만, 나는 엄청난 실망감을 느낀다”며 “왜 오바마 내각에는 좌파 출신이 단 한 명도 없는가?”라고 따져 물었다.

오바마의 전기작가인 데이비드 멘델은 24일 독일 시사주간 <슈피겔> 인터뷰에서 “좌파는 오바마의 감동적인 연설과 불행한 사람들에 대한 진정한 사명감 때문에 그와 사랑에 빠졌지만, 오바마는 자신을 중도적 입장으로 조율해 왔다”며 “집권 이후 그런 성향이 더 강해지면서 진보와 보수 양쪽을 짜증스럽게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골드파브는 “현실주의자와 네오콘의 다툼에서 현실주의자들이 이겨 오바마 인수팀에 합류했다”며 “이는 겉보기엔 네오콘의 패배이지만, 진정한 패자는 진보주의자들이다”라고 주장했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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