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셸 오바마
블레어 전 영총리 부인, 미셸에 공개조언
‘사회생활 포기’ 백악관 안주인 역할 논란
‘가수’ 사르코지 부인 “앨범작업 계속” 밝혀
‘사회생활 포기’ 백악관 안주인 역할 논란
‘가수’ 사르코지 부인 “앨범작업 계속” 밝혀
미국의 차기 백악관 안주인이 될 미셸 오바마의 행보를 놓고, ‘대통령 부인의 직업’을 둘러싼 논쟁이 재연되고 있다고 <뉴욕 타임스>가 24일 보도했다.
논쟁의 불을 댕긴 이는 토니 블레어 전 영국 총리의 부인인 셰리 블레어다. 네 아이의 엄마이자 변호사인 셰리는 최근 ‘뒷자리에서 만족하는 법을 배우라’는 제목의 <더 타임스> 기고문으로 미셸에게 공개적인 조언을 전했다. 변호사와 병원 부원장으로 ‘잘나가던’ 직업을 관두고 두 딸의 엄마이자 대통령 부인으로서의 전통적인 역할에 충실하기 위해서 미셸이 포기해야 할 것들을 얘기한 것이다. 그는 “나는 최소한 직업이라도 유지했지만 미셸에게는 선택의 여지가 없을 것”이라며 “남녀평등을 추구하는 현대사회에서 정치지도자와 결혼한 우리 같은 여성들이 야심을 접고 자신의 생각을 공개적으로 표현할 수 없다는 것은 일종의 모순”이라고 비판했다.
역대 미국 퍼스트레이디 가운데 백악관 입성 전까지 사회생활을 한 대통령 부인은, 미셸이 힐러리 클린턴에 이어 두번째다. 오바마가 대선에 뛰어든 뒤, 직장에 사표를 내고 선거 유세를 도왔던 그는, 오바마 당선 뒤에도 “가정을 최우선에 놓겠다” “백악관에 가더라도 두 딸을 위한 엄마의 역할을 다할 것”이라는 각오만 밝히고 있다. 미셸의 행보에 여론은, 일하는 엄마들이 겪는 제약을 보여주는 실망스런 상징이라는 비판론과 대통령 부인의 새로운 전형을 만들 것이란 기대로 나뉜다.
비판론자들은 오바마가 미국 최초의 흑인 대통령으로 당선돼 인종 장벽을 허물었다는 데는 열광하면서 왜 출중한 능력을 지닌 미셸이 대통령 부인이라는 전통적인 역할에 얽매이는 것은 문제 삼지 않느냐는 논리를 편다. 온라인 잡지 <살롱>의 레베카 트레이스터는 미 언론들이 미셸의 패션 스타일이나 두 딸이 다닐 학교를 물색하러 다니는 모습을 집중 부각시키며 ‘엄마 미셸 만들기’에만 열을 올리고 있다고 비판했다.
대통령 부인이란 소임을 하기 위해 사회생활을 접기로 한 것은 희생이라기보단 투자일 수 있다는 반론도 나온다. 여성 정치단체 에밀리스리스트의 엘런 맬컴 회장은 “대통령 부인이 된다는 것은 자신이 해결하고자 하는 특정 이슈에 엄청난 영향력을 끼칠 수 있게 된다는 것을 뜻한다”며 “미셸이 아무런 대가 없이 포기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지난 5월 대만 총통에 당선된 마잉주의 아내 저우메이칭은 남편의 취임 뒤에도 계속 일하겠다는 뜻을 내세우다가, 결국 철회한 바 있다. 또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의 아내이자 가수인 카를라 브루니는 자신의 앨범 작업을 위해 주요 8개국(G8) 정상회담에 동행하지 않아 논란을 일으켰다. 당시 브루니는 “지금은 2008년이고, 내 남편처럼 중요한 직책을 가진 남자와 결혼하고도 자기 일을 포기하지 않는 여성들도 있다”는 이유를 댔다.
이정애 기자 hongby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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