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러리와 리처드슨
힐러리, ‘당정화합’에 도움
리처드슨, 외교협상 실력자
리처드슨, 외교협상 실력자
버락 오바마 미국 차기 행정부의 첫 국무장관으로 힐러리 클린턴 상원의원이 강력히 부상함에 따라, 국무장관 인선이 오바마 행정부 구성에서 최대 관심사로 등장했다.
오바마 당선자는 지난 13일 시카고의 정권인수팀 사무실에서 힐러리 클린턴 상원의원과 단독으로 만난 데 이어, 14일에는 빌 리처드슨 뉴멕시코 주지사와 비공개 면담을 가졌다. 이에 따라, 오바마 내각의 초대 국무장관 후보 1순위가 두 사람으로 압축됐다는 관측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정권인수팀 안팎에선 민주당 경선 과정에서 감정적 앙금이 쌓였던 힐러리 클린턴 의원의 국무장관 기용에 대한 찬반 논란까지 벌어지고 있다고 <뉴욕타임스>가 16일 보도했다.
두 사람은 이라크 미군 철수, 아프간 미군 증파, 기후변화 협약, 증동평화 구상 등에서 거의 같은 시각을 갖고 있다. 선거 과정에서의 상처를 치유하고 당-정 화합을 기대할 수도 있다. 나아가 오바마 당선자로선 임기 동안 힐러리 의원으로부터 정치적 도전을 받지 않는다는 보장을 받을 수도 있다고 <에이피>(AP) 통신이 15일 전했다. 오바마 당선자의 한 측근은 “힐러리 의원이 된다면 환상적이다. 그는 세계 각국의 지도자들로부터 평판이 좋으며 친분관계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힐러리는 14일 “대통령 당선자의 차기 행정부에 관해 어떤 것이든 추측하거나 언급할 생각이 없으며, 그의 결정을 존중할 것”이라며 말을 아꼈다. 그러나 영국 일간 <더 타임스>는 16일 “힐러리 의원 캠프의 목소리는 크고 분명했다. 그가 국무장관을 원하고 있으며 그렇게 돼야 한다는 것”이라고 측근 보좌관들의 말을 인용해 보도했다.
국무장관직은 힐러리 의원 쪽으로서도 좋은 기회다. 겨우 재선 경력으로 상원 지도부에 나설 처지가 못되는 상황에서 국무장관은 정치적 경험과 경력을 쌓는데 매우 유리한 자리다. 중동문제 등 평소 관심을 보여왔던 국제분야 정책에서 자신의 뜻을 펼쳐보일 수도 있다.
그러나 오바마 당선자가 힐러리 의원을 국무장관으로 기용하는 데에는 정치적 부담도 없지 않다. 존 볼턴 전 유엔주재 미국대사는 지난 7월 “오바마 당선자는 자기가 해임할 수 없는 사람을 국무장관 같은 요직에 기용해서는 안된다”고 충고한 바 있다.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의 불투명한 재단 기부금 내역도 오바마와 힐러리 모두에게 부담이다.
다른 후보인 빌 리처드슨 주지사는 외교협상의 실력자일 뿐 아니라, 이란 핵문제의 ‘대화를 통한 해결’이라는 오바마 당선자의 주장을 적극 지지해왔다. <뉴욕 타임스>는 리처드슨 주지사의 국무장관 임용은 힐러리 의원의 이라크 침공 인준 경력을 여전히 문제삼는 오바마 지지자들을 보듬을 수 있다고 전했다.
오바마 당선자는 14일 <시비에스>(CBS) 방송의 간판 프로그램 ‘60분’과의 인터뷰에서 “조만간 내각 인선을 할 것이며, 공화당 인사 한 명도 지명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오바마 정권인수팀은 25명의 각료급을 포함한 3천여명의 정무직 인선을 100일 안에 완료한다는 목표를 세워두고 있다. 인수위 웹사이트 체인지닷거버먼트( www.change.gov)에는 최근 5일 동안에만 14만4천명이 지원했다. 워싱턴/류재훈 특파원,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