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후보외할머니 사망 버락 오바마 외힐머니가 사망했는 데 사진은 1979년 하외이에서 오바마후보가 고등학교를 졸업했을 때 그의 어깨를 부둥켜안는 외할머니 자료사진(AFP=연합뉴스)
오바마, 선거전날 타계 비보에 눈물
“할머니는 당신이 가진 모든 것을 내게 쏟아부으셨다. 당신은 더는 몸을 움직이지 못하지만, 나는 잘 알고 있다. 오늘 밤 할머니는 (텔레비전으로) 보고 계실 것이며, 오늘 밤은 할머니의 밤이기도 하다는 것을.”
버락 오바마(47) 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가 지난 8월 전당대회 후보수락 연설 때 외할머니에게 보낸 인사다. 하지만 이제 대통령이 된다 해도, 그는 할머니에게 이런 ‘먼거리 인사’조차 올릴 수 없게 됐다. 투병 중이던 오바마의 ‘백인 외할머니’ 매들린 더넘(86)은 손자의 대통령 탄생을 결정할 선거를 하루 앞둔 3일 오전(현지시각) 숨을 거뒀다.
오바마 캠프는 이날 오후 두번째 유세 장소였던 노스캐롤라이나주 샬럿에 도착하면서 외할머니의 타계 소식을 언론에 알렸다. 이날 빗속에서 청중들에게 연설하는 오바마의 뺨 위로는 눈물이 흘렀다. 오바마는 “길게는 얘기 못 하겠다. 힘든다”고 입을 뗀 뒤, 대공황과 전쟁을 몸소 겪었던 더넘의 일생을 간단히 되짚었다. 그리고 “할머니는 미국의 수많은 ‘조용한 영웅’ 중 한 사람이었다. 이들은 유명하지도 않고 신문에 나오지도 않지만 매일같이 열심히 일한다”며 “여러분 가운데도 수많은 조용한 영웅이 있다”고 말했다.
오바마가 ‘투트’(Toot, 조부모를 뜻하는 하와이어 투투에서 딴 말)라고 부르는 외할머니의 존재는 각별하다. 오바마는 1971년 10살 때 어머니와 떨어져 외가에 맡겨진 뒤, 고등학교를 졸업한 79년까지 성장기를 외가에서 보냈다.
외할머니 더넘은 오바마에게 ‘미국 사회의 뿌리’를 심어줬다고 <시카고 트리뷴>이 평가했다. 오바마는 정치인이 된 뒤 외할머니 덕을 본 적이 꽤 있다. <비비시>(BBC)는 오바마의 외가가 백인 집안이란 점이 알려지고, 오바마가 후보 수락 연설 등에서 할머니를 언급하면서 인종 문제가 중화됐다고 분석했다. 이번에 외할머니를 잃은 탓에 오바마는 동정표를 얻을 가능성도 있다. 오바마 쪽은 이날 낸 부고에서, “할머니 뜻에 따라 작은 가족 행사(장례식)를 나중에 열기로 했다”며, 함께 추모하려는 이들은 “꽃을 보내는 대신 암 치료를 위해 노력하는 기구들에 기부해 달라”고 부탁했다.
더넘은 병세가 악화된 뒤, 우편으로 부재자 투표까지 마쳤다. 오바마 선거진영은 4일, 더넘이 투표일 전에 숨졌지만, 그의 한 표가 유효표로 인정받길 바란다고 밝혔다.
김외현 기자 osca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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