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국제 미국·중남미

[2008 미국 대선] 흑인사회 ‘가슴졸인 희망’

등록 2008-11-03 19:33수정 2008-11-05 22:14

2일(현지시각) 미국 오하이오주 신시내티대학에서 흑인 유권자들이 버락 오바마 민주당 대통령 후보의 연설에 귀를 기울이고 있다.  신시내티/AP 연합
2일(현지시각) 미국 오하이오주 신시내티대학에서 흑인 유권자들이 버락 오바마 민주당 대통령 후보의 연설에 귀를 기울이고 있다. 신시내티/AP 연합
4일 미 대선 투표
오바마 대선 출마뒤
인종갈등·불평등 해소
기대감·희망에 들떠

킹 목사 암살 40년…
또다른 두려움 교차

1956년 12월 미국 앨라배마주 몽고메리시. 흑인여성 로자 파크스는 백인남성에게 시내버스 좌석을 양보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경찰에 체포됐다. 몽고메리에서 버스좌석 양보 거부 운동을 승리로 이끌며 흑인 민권운동가로 떠올랐던 마틴 루서 킹 목사는 68년 4월 테네시주 멤피스에서 백인 우월주의자한테 암살당했다.

 그로부터 40년이 흐른 2008년 11월4일(현지시각), 미국 대선의 날이 밝았다. 이번 선거를 바라보는 미국 흑인들의 감정은 각별하다. 오바마 후보가 당선된다면, 이 날은 단지 미국 대통령 선거일이 아니라, 로자 팍스 이후 지난한 흑인 민권투쟁의 기념비적 이정표를 세운 날이자, 근대 이후 인류사의 큰 짐인 인종갈등에 획기적 전환점을 맞이한 날로 기록될 것이기 때문이다.

 미국 콜럼비아 법대 교수인 퍼트리샤 윌리엄스는 2일 영국 일간 <가디언>의 일요판 <옵저버>에 한 기고에서 “버락 오바마의 당선으로 지금까지 쌓여온 인종차별, 분리거주, 끔찍한 감금, 경제적 불평등이 하룻밤에 사라질 것이란 생각은 순진하다”면서도 “마틴 루서 킹이 그토록 염원했던 가치를 실현할 발판이 마련되는 것으로 평가돼야 한다는 점에서 대단히 의미심장하다”고 밝혔다.

 미국 흑인사회에선 기대와 우려, 희망과 자부심이 뒤범벅되고 있다. <에이피>(AP) 통신은 2일 “오바마에 대한 (흑인 사회의) 희망과 자부심 밑바닥엔 무효표 논란, 투표 부정, 온갖 불의와 폭력사태 등 역사적으로 미국 흑인의 진보를 훼방놓았던 것들에 대한 두려움이 깔려있다”고 전했다. 킹 목사, 존 에프 케네디 대통령, 민권운동가 메드가 에버스 등 1960년대에 유색인의 지위 향상을 추구했던 지도자들은 모두 암살당했다. 과거의 쓰라린 경험과 기억들은 흑인들의 가슴 깊이 내상으로 남아 있다. 그만큼 이번 대선에 거는 희망도 크지만, 그 희망의 무게로 살얼음판이 깨어지지는 않을까 노심초사하는 모습이다.

 테네시주의 한 흑인 유권자는 “지난주 조기투표를 마치고 껑충껑충 뛰었다. 투표를 기다리던 사람들은 내가 미쳤다고 생각했을 것이다”고 말했다. 60년대 민권운동으로 투옥되기도 했던 룰라 쿠퍼(75)는 “투표용지의 오바마에 기표하면서 울었다. 그가 이길 것으로 보지만, 너무너무 조심스럽다”고 말했다. 경영컨설턴트인 제임스 로리는 “엄청난 두려움과 환희와 기대가 5분마다 교차한다. 여론조사에 흥분했다가도 ‘어떤 일이든 일어날수 있지’라고 스스로를 다독인다”고 털어놨다.

 오바마는 이미 흑인사회에서 하나의 역할모델이 되고 있다. 필라델피아의 ‘싱글 맘’인 레오미아 디치스는 “지금까지 16살인 아들 또래에게 희망이라곤 없었고 일상에서 어떤 변화도 기대할 수 없었다. 그런데 아들이 이젠 ‘뭐든지 할 수 있다’는 희망을 본다”고 말했다.

 그러나 기대가 큰만큼, 오바마가 낙선할 경우 흑인 사회가 극심한 실망과 좌절감에 빠져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한 흑인 유권자는 “오바마가 질 경우 다음날 어떤 일이 일어날지 말하기 두렵다. 그런 식의 생각조차도 하기 싫다”고 말했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국제 많이 보는 기사

트럼프 ‘호주 관세 예외’에 일본 “우리 철강·알루미늄도” 기대감 1.

트럼프 ‘호주 관세 예외’에 일본 “우리 철강·알루미늄도” 기대감

‘누가 뭐래도 내가 실세’...트럼프 앉혀두고 오벌오피스에서 브리핑 2.

‘누가 뭐래도 내가 실세’...트럼프 앉혀두고 오벌오피스에서 브리핑

트럼프, 요르단 국왕에 대놓고 “미국이 가자지구 가지겠다” 3.

트럼프, 요르단 국왕에 대놓고 “미국이 가자지구 가지겠다”

D-30, 트럼프 철강 관세 실행 …BBC “한국도 영향 불가피” 4.

D-30, 트럼프 철강 관세 실행 …BBC “한국도 영향 불가피”

“이혼해도 가족”…데미 무어, 치매 브루스 윌리스 매주 찾아가 5.

“이혼해도 가족”…데미 무어, 치매 브루스 윌리스 매주 찾아가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