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매케인 지지 최대격차 = 14%p
[미국 대선 심층해부] ② ‘인종’ 넘어설까 넘어질까
<한겨레>가 2008 미국 대선 집중분석의 두번째 차례로, 인종문제를 정진민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와 함께 깊이 파헤쳤다.
백인 유권자, 지지의사-실제투표 불일치 변수
오바마 ‘흑인아닌 주류 혼혈’ 정체성논란 넘어
당선되면 ‘백인사회 → 다인종사회’ 전환계기 ■ 미국의 ‘불편한 진실’ 인종 문제 인종 문제는 미국에서 공개적으로 드러내지 않을 뿐 대단히 민감한 사안이다. 버락 오바마 민주당 대선후보의 백인 외할아버지와 옆집에 살던 흑인 아저씨가 친했다. 오바마는 어느날 ‘내가 네 할아버지와 진짜 친한줄 아느냐’는 흑인 아저씨의 말에 충격을 받는다. ‘흑인으로 살면서 백인이 너와 진정으로 친하다고 여기는 건 순진한 생각이다’라는 충고를 듣는다. 인종편견을 조사할 때도 ‘흑인이 길을 물어보면 답할 것이냐’로 시작해, ‘딸이 흑인과 결혼한다면 어떻게 할 것이냐’는 질문으로 조심스럽게 접근한다. 백인 중에는 아직도 흑인은 노예의 후손이라는 식의 편견이 있다. 단시일에 극복이 어렵고, 합리적 설명이 안 된다. 그러면서도 미국인이 가장 듣기 싫어하는 말이 ‘인종차별주의자’다. 정치인이 공개적인 자리에서 인종차별적 뉘앙스만 풍겨도 치명적이고, 정치 생명은 끝난다. ■ 흑인들에게는 ‘흑인’이 아닌 오바마 백인들은 오바마를 흑인이라고 생각하나, 정작 흑인들은 오바마를 흑인으로 인정하지 않기도 한다. 그가 케냐인 아버지와 백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혼혈인데다, 미국의 흑인 커뮤니티에서 성장하지 않았다. 그는 백인 외할아버지, 외할머니 손에서 성장했고 인도네시아 등지에서도 살았으며, 하버드대 로스쿨을 나온 엘리트다. 전통 흑인이 아니라 외부에서 유입된 혼혈이며, 주류 사회서 출세한 사람이다. 미국 전통적 흑인이 보기에는 ‘가짜 흑인’이다. ‘우리 흑인들의 애환이나 뼛속 깊은 한을 알고 있을까’하는 의문을 갖게 만들었다. 오히려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이 흑인인 오바마보다 더 흑인들을 잘 이해한다는 평가를 받았다. 오바마 자신도 ‘나는 누구인가, 백인도 흑인도 아니다’라는 인종적 정체성 방황을 했다. 이제 다소 자유로워진 것 같다. 이제는 대통령 당선이 유력하니 흑인들이 압도적으로 지지할 것이다. ■ 흑인 정치인은 이제 미국 정치의 한 큰 흐름 법적·제도적 사회의 전체적 토대가 쌓여서 대통령 후보까지 나오게 됐다. 소수인종우대정책(Affirmative action) 등의 결실이다. 1964년 민권법, 제시 잭슨 목사 등의 인권운동이 쌓여온 성과다. 미국 정계는 주에서 출발해, 연방차원으로 올라간다. 미국의 큰 도시는 대부분 시장이 흑인이다. 흑인들이 대도시에 살고, 백인 중산층은 교외로 빠져나가 자연스럽게 흑인 시장이 나온다. 흑인 밀집지역에 연방하원의원이 나오고, 일단 배출되면 재선될 가능성이 높다.
■ 공화당의 막판 인종 카드
절박한 상황에서 시도할 수 있지만, 역풍을 맞을 수 있다. 경제위기를 해결할 생각은 않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이기려는 생각밖에 없다는 인상을 줄 수 있다. 인종 카드를 쓴다면 백인 노동자 계층이 타깃이 될텐데, 그들에게 인종 문제보다 당장의 실업이 더 어려운 문제일 수 있다. 경제가 압도적 이슈가 된 상황에서, 먹힐지도 의문이다. 최악의 경제 위기에서 약 30% 이르는 조기투표가 진행된 것도 존 매케인에게 불리하다.
■ 공개적으로는 흑인 후보를 지지하나, 투표장에서는 찍지않는 ‘브래들리 효과’
여전히 변수다. 하지만 현 지지율 상황을 역전시킬 정도는 아닐 것이다. 특히 젊은층 유권자가 다수인 지역에서는 브래들리 효과가 상쇄될 수 있다. 실제로 오바마는 젊은층 사이 지지율에서 압도적으로 우위에 있다.
투표율이 문제인데 오바마 진영은 투표율을 올리려 노력하고 있다. 젊은이들도 취업과 대학등록금 등 경제상황에 민감해, 오바마에 유리할 수밖에 없다. 백인 노동자층에서 오바마에 대한 거부감이 높게 나타난 것은 상대적으로 저학력이어서 덜 진보적이기 때문이다.
■ 오바마 당선 될 경우 미국의 인종 정책
오바마 당선은 거대한 금기가 깨지는 것이다. 백인 주도의 사회에서 진정한 다인종 사회로 변하는 중요한 상징적 계기다. 미국 사회는 백인이 소수인 사회로 바뀌고 있다. 2100년께 히스패닉(중남미)계가 50%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남서부 등은 히스패닉계의 지지를 얻지 않고는 정치적 성공이 어렵다. 일부 과격한 백인 우월주의 집단 등의 과격한 행태가 극성을 부릴 수도 있다.
오바마는 흑인과 거리를 두는 정책을 쓸 것이고, 그게 현명하다. 저소득층 지원정책 등을 통해 자연스럽게 흑인에게 혜택이 돌아가게 할 수 있다. 오바마는 오히려 흑인에게만 혜택이 돌아간다면 주저할 것이다. 흑인만을 위한 정책은 미국이 분열과 대립을 넘어서는 데 지장을 초래할 수 있다. 인종 장벽을 뛰어넘는 정치를 해야 한다. 오바마는 흑인과 백인의 미국이 아니라, 하나의 미국을 강조해왔다. 그는 흑인 대통령 후보로 불리는 것에 거부감을 갖고 있다. 오바마는 탈인종적이고 초당파적인 통합 정치를 시도할 것이다.
정리 김순배 기자 marcos@hani.co.kr
오바마 ‘흑인아닌 주류 혼혈’ 정체성논란 넘어
당선되면 ‘백인사회 → 다인종사회’ 전환계기 ■ 미국의 ‘불편한 진실’ 인종 문제 인종 문제는 미국에서 공개적으로 드러내지 않을 뿐 대단히 민감한 사안이다. 버락 오바마 민주당 대선후보의 백인 외할아버지와 옆집에 살던 흑인 아저씨가 친했다. 오바마는 어느날 ‘내가 네 할아버지와 진짜 친한줄 아느냐’는 흑인 아저씨의 말에 충격을 받는다. ‘흑인으로 살면서 백인이 너와 진정으로 친하다고 여기는 건 순진한 생각이다’라는 충고를 듣는다. 인종편견을 조사할 때도 ‘흑인이 길을 물어보면 답할 것이냐’로 시작해, ‘딸이 흑인과 결혼한다면 어떻게 할 것이냐’는 질문으로 조심스럽게 접근한다. 백인 중에는 아직도 흑인은 노예의 후손이라는 식의 편견이 있다. 단시일에 극복이 어렵고, 합리적 설명이 안 된다. 그러면서도 미국인이 가장 듣기 싫어하는 말이 ‘인종차별주의자’다. 정치인이 공개적인 자리에서 인종차별적 뉘앙스만 풍겨도 치명적이고, 정치 생명은 끝난다. ■ 흑인들에게는 ‘흑인’이 아닌 오바마 백인들은 오바마를 흑인이라고 생각하나, 정작 흑인들은 오바마를 흑인으로 인정하지 않기도 한다. 그가 케냐인 아버지와 백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혼혈인데다, 미국의 흑인 커뮤니티에서 성장하지 않았다. 그는 백인 외할아버지, 외할머니 손에서 성장했고 인도네시아 등지에서도 살았으며, 하버드대 로스쿨을 나온 엘리트다. 전통 흑인이 아니라 외부에서 유입된 혼혈이며, 주류 사회서 출세한 사람이다. 미국 전통적 흑인이 보기에는 ‘가짜 흑인’이다. ‘우리 흑인들의 애환이나 뼛속 깊은 한을 알고 있을까’하는 의문을 갖게 만들었다. 오히려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이 흑인인 오바마보다 더 흑인들을 잘 이해한다는 평가를 받았다. 오바마 자신도 ‘나는 누구인가, 백인도 흑인도 아니다’라는 인종적 정체성 방황을 했다. 이제 다소 자유로워진 것 같다. 이제는 대통령 당선이 유력하니 흑인들이 압도적으로 지지할 것이다. ■ 흑인 정치인은 이제 미국 정치의 한 큰 흐름 법적·제도적 사회의 전체적 토대가 쌓여서 대통령 후보까지 나오게 됐다. 소수인종우대정책(Affirmative action) 등의 결실이다. 1964년 민권법, 제시 잭슨 목사 등의 인권운동이 쌓여온 성과다. 미국 정계는 주에서 출발해, 연방차원으로 올라간다. 미국의 큰 도시는 대부분 시장이 흑인이다. 흑인들이 대도시에 살고, 백인 중산층은 교외로 빠져나가 자연스럽게 흑인 시장이 나온다. 흑인 밀집지역에 연방하원의원이 나오고, 일단 배출되면 재선될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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