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인 정진남(60·사진)
미국 한인 정진남씨 “소모적 싸움 이해안돼”
“피어슨 판사가 항소를 했다는 얘기는 들었지만 재판부가 이를 받아들였다는 소식에 정말 황당할 뿐입니다.”
바지를 분실해 5400만달러(약 5백억원)의 터무니없는 손해배상을 청구받아 논란이 됐던 미국 워싱턴의 한인 세탁소 주인 정진남(60·사진)씨는 14일 “또다시 소모적인 싸움을 하려는 피어슨 판사의 행태를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며 답답한 심정을 떨치지 못했다. 그러나 그는 “담당 변호사가 이번 재판에서 상황이 크게 달라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한 만큼 편한 마음으로 법정에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얼마 전 한국에 계신 90세 노모를 뵙고 지난 2일 미국으로 돌아왔는데 도착 2시간 만에 어머니께서 돌아가셨다는 전갈을 받았다”며 “어머님 임종을 지키지 못해 괴로운 상태에서 피어슨 판사가 다시 항소를 했다는 소식을 들었다”며 괴로워했다. 지난해 6월 1심에서 패소한 ‘바지 주인’ 로이 피어슨 워싱턴시 행정법원 전직 판사가 제기한 항소를 지난 10일 재판부가 받아들임으로써 정씨는 지리한 법정공방에 다시 나서야 할 형편이 됐다. 항소에 따른 구두 변론 일정은 내달 22일로 잡혔다.
1심 재판부인 워싱턴시 상급법원은 지난해 소비자보호법 위반 등 3개 혐의에 대해 모두 무혐의 판결을 내리고 정씨의 손을 들어줬다. 당시 <월스트리트저널>은 이례적인 사설을 통해 “이번 판결은 소송을 남발하는 미국인들에게 경종을 울리고 미국의 사법제도가 더 이상 쓰레기 같은 소송에 휘둘리지 않는 계기를 마련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그러나 이 일로 인해 판사 재임용에서 탈락한 피어슨이 항소심을 제기한 것이다.
1992년 미국에 첫발을 내딘 정씨 부부는 갖은 고생 끝에 세탁소 2호점, 3호점까지 냈지만 바지 소송에 휘말리면서 결국 세탁소 문을 닫고 배달업으로 재기를 노리고 있다.
워싱턴/류재훈 특파원 hooni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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