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심이반 불구 내년 2월까지 육군·해병대 파견 추진
최근 아프가니스탄에서 미군의 민간인 살상 등으로 대테러전에 대한 민심이반이 깊어지는 가운데 미국이 미군의 아프간 증파를 사실상 확정했다.
로버트 게이츠 미 국방부장관과 마이크 뮬런 합참의장은 3일 조지 부시 대통령과의 화상회의에서 내년 2월까지 육군 1개 여단과 해병대 1개 대대(약 4500명)를 아프간에 증파하는 내용의 비밀건의안을 제출했다고 <뉴욕타임스>가 5일 보도했다. 건의안에는 현재 이라크에 주둔중인 15개 전투부대를 14개로 줄여 병력 8000명을 철군하는 방안도 포함됐다. 이 신문은 “(병력 전환배치의) 실제 집행은 이라크 사태의 전개에 달려있지만 부시 대통령이 건의안을 승인할 것 같다”고 내다봤다.
그러나 아프간 현지 사정은 연합군에 전혀 우호적이지 않다. 하미드 카르자이 아프간 대통령은 4일 최근 공습으로 민간인 피해가 발생한 서부 헤라트 지역을 방문해 “사건 책임자를 법정에 세우겠다”고 약속했다. 유엔아프간지원단(UNAMA)의 현지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달 22일 미 공군의 공습으로 대부분 어린이와 여성인 비무장 민간인 90명이 숨졌다.
앞서 3일에는 아프간 주둔 연합군이 아프간 국경을 넘어 파키스탄 마을을 공격해 적어도 15명의 민간인이 숨졌으며, 파키스탄 정부가 항의 표시로 미국 대사를 소환했다고 5일 <에이피>(AP)통신 등이 보도했다.
프랑스에서는 한 주간지가 지난달 아프간 작전 중 희생된 자국 군인들의 노획물을 과시하는 탈레반 조직의 기사와 사진들을 실어 온 나라가 다시 한번 발칵 뒤집혔다. <파리마치> 최신호는 탈레반들이 프랑스 군복과 헬멧 차림으로 소총과 무전기에 손목시계까지 소지한 사진들을 게재했다. 탈레반 지휘관은 이 잡지와의 인터뷰에서 “프랑스가 아프간에서 즉각 철군하지 않으면 주둔군 3000명을 모두 죽이겠다”고 으름장을 놨다. 에르베 모랭 프랑스 국방장관은 “(언론이) 탈레반의 선전전을 도와준 꼴”이라고 비난했다. 야당 정치권에서도 “골치아픈 일”(사회당) “비열한 관음증”(녹색당)이라는 비판이 쏟아졌으나, 잡지사는 “정보들을 엄격히 다루고 있다”며 ‘여론 조작’ 의도를 부인했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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