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랄레스 대통령, 리비아 이어 이란 방문
남미의 대표적 반미 국가 볼리비아가 중동과 북아프리카의 반미 성향 이슬람권 국가들과 잇따라 동맹관계를 강화하고 있다.
에보 모랄레스 볼리비아 대통령은 지난달 말 리비아에 이어, 1~2일 이란을 방문했다. 모랄레스 대통령과 마무드 아마디네자드 이란 대통령은 2일 정상회담에서 정치·통상·에너지 분야 등 전방위적 협력을 증진하고 제국주의에 맞서 공동으로 정치투쟁을 지속하기로 다짐했다고 이란 국영 <아이아르엔에이>(IRNA) 통신이 보도했다.
모랄레스는 “어느 나라도, 그 무엇도, 양국관계를 훼손할 수 없다. 이란에서 많은 것을 배웠으며, 그 경험들을 고국으로 가지고 돌아가 활용하겠다”고 화답했다.
<로이터>통신은 2일 아마디네자드가 “적국의 위협이 있을 경우, 이란과 볼리비아는 더욱 가까워질 것이다. 어떤 나라가 우리 관계를 달가워하지 않는 것은 중요하지 않다”고 말했다며, “이는 명백히 미국을 겨냥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이 통신은 “미국은 이란과 남미의 좌파집권 국가들의 관계 개선을 우려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모랄레스는 앞서 지난달 29~30일 리비아의 무아마르 카다피 국가원수와 정상회담을 갖고 에너지 자원 공동개발과 외교협력 강화에 합의했다. 지난 8월 리비아와 공식 외교관계를 개설한 지 한 달 만이다. 모랄레스는 리비아에 자국의 에너지 산업에 대한 적극적 투자를 요청했다. 볼리비아는 풍부한 천연가스 자원을 보유하고 있지만, 모랄레스 정부의 에너지 산업 국유화 정책에 반발한 우파 야권과 다국적 에너지 기업들이 파업을 벌이면서 정국 혼란을 겪고 있다.
모랄레스는 지난달 신임투표에서 67%가 넘는 지지율을 확보한 데 힘입어, 대통령 연임제한 철폐, 원주민 권리 확대, 농업 개혁, 에너지 산업 국유화 등을 뼈대로 한 개헌안을 밀어붙일 태세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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