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네소타주 세인트폴 경찰들이 1일 공화당 전당대회가 열리는 엑셀 센터 밖에서 이라크 침공 반대 등을 외치며 시위중이던 남자에게 최루 스프레이를 뿌리며 체포하고 있다. 세인트폴/AP 연합
1일 존 매케인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의 부인인 신디 매케인(왼쪽)이 조지 부시 대통령의 부인인 로라 부시와 함께 미네소타주 세인트폴 엑셀 에너지센터에서 열린 전당대회 연단에 올라 손을 흔들고 있다. 세인트폴/AP 연합
미국 공화당 전당대회가 1일 허리케인 구스타프 영향과 부통령 후보 세라 페일린과 관련된 잇따른 구설수로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 개막됐다.
공화당 전당대회는 첫날 일정이 대폭 축소된 가운데 후보 공식지명 절차를 위한 필수적 업무를 처리하는 외에 구스타프 피해 구호를 위한 모금을 촉구했다. ‘허리케인 전당대회’로 바뀐 것이다. 첫날 일정은 가장 중요한 프라임타임 연설이 취소되는 등 2시간여 만에 끝이 났다. 주요 연사로 등단한 부시 대통령 부인 로라 부시와 존 매케인 후보의 부인인 신디 매케인도 “가능한 한 이른 시일 안에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을 돕기 위해 동참하자”는 간단한 연설로 갈음했다. ‘제2의 카트리나’가 될지 모른다는 공포를 몰고 왔던 구스타프는 예상했던 최대 5급 허리케인에 훨씬 못 미친 2급으로 1일 오전 미국 본토에 상륙했고, 7명의 사망자를 내긴 했지만 우려했던 것보다는 적은 피해를 입히고 소멸됐다.
전당대회는 둘쨋날 일정이 이날 저녁 때까지 확정되지 못하는 등 수시로 일정이 재조정되는 유동적인 상황이다. 매케인의 수락연설이 위성중계로 이뤄질 것이란 소문까지 나돌아, 릭 데이비스 선거본부장이 부인하기도 했다. 이날 연설을하짐 못한 부시 대통령은 둘쨋날 프라임타임에 위성화상연설을 할 예정이며, 둘째날은 대체로 ‘매케인은 누구인가’라는 주제로 하루 일정을 소화하면서 전당대회일정을 재개할 것으로 알려졌다.
텔레비전 중계가 시작된 이래 전당대회 일정이 축소 변경된 것은 1968년과 1972년 시카고와 마이애미에서 열린 민주당 전당대회 이래 처음이다. 경선 패배 진영의 전당대회장 소란으로 대회가 난장판이 되면서 그해 민주당의 선거결과는 재앙에 가까웠다. 이번 공화당 전당대회 일정 축소는 허리케인이 불어오는 상황에서 정치를 뒤로 미루자는 매케인의 제안으로 이뤄진 것이지만, 전당대회 축소로 인한 정치적 득실을 놓고는 평가가 엇갈린다.
허리케인 때문에 국민적 인기가 바닥인 부시 대통령과 딕 체니 부통령이 등단하지 않음으로써 ‘부시=매케인’이라는 민주당의 공세를 피했다는 계산이 있다. 또 부시 대통령과는 달리 자연재해에 대한 적극적인 대응자세를 보여준 매케인에게 도움이 될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바비 진달 루이지애나 주지사 등 피해지역의 공화당 주지사들이 구스타프에 성공적으로 대응하는 모습이 방영된 것도 도움이 될 수 있다.
그러나 공화당 정치축제에 대한 언론과 국민의 관심이 허리케인에 밀 리고 부통령 후보 딸의 임신 사실 등 추문들이 터져 나와, 즉흥적인 부통령 후보 결정으로 인한 매케인의 판단력에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공화당에 결코 득만이 될 수 없다는 분석이 더 우세하다.
미네소타대학의 래리 제이컵스 정치학과 교수는 “허리케인으로 인한 전당대회 일정 축소가 민주당에 공세를 보낼 기회를 줄였다는 점에서 공화당 쪽에 결코 유리하지만은 않다”고 지적했다. 세인트폴(미네소타주)/류재훈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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